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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 뒷모습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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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8
 

외딴 두메마을 공소 홀로 계신 성모상 앞에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소주병에 꽃혀있는 산 나리꽃 한 송이
나를 헹구어 주는 것은 이 푸르름이다."
이것은 동화작가 정채봉님의글 에 나오는 말이다.

지질 대던 장마비가 그치고 나니 다시 찌는 듯이 더위가 밀려온다.

오늘은 청국장을 시작하는 날인데 가마솥에 불을 지필 생각에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흐른다
계절을 미리 사는 생활이 어느새 10년이 되어온다.
그동안 구둣가게를 하면서 여름엔 가을 것들 . 가을엔 겨울 상품을 주문하는 생활로 인해 싱겁게 계절을 맞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나 했다. 오늘부터 점포정리를 하면 난 자유인이라고 내심 쾌재를 불렀건만. 청국장 역시 늦가을을 여름 마당에 불러들인 셈인 것이니.....

토실한 흰콩을 한 광주리 물에 불려 놓고 화장품을 챙겨 상점으로 나왔다. 조용히 음악 들으며 화장 한번 못해보고 매일 이렇게 쫒기듯 매장에 나와 대충 루즈만 바르고 하는 것이 내화장 의 전부다.
그런데 오늘은 알량한 루즈 바를 새도 없이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꼭 십여년전 개업하는 날 만큼이나 북새통이었다.
남편도 집에 올라가지 못하고 둘이서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열두시가 넘었다. "오늘처럼 매일 이렇게 바쁘면 우리 재벌 되는 것인데 " 싱거운 내 투정에 대답도 없이 그인 불을 지피러 집으로 갔다.
십 오륙형 남짓한 이 매장에서 울고 웃고 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년이다.
처음엔 가슴이 답답해서 시간만 나면 서로 가게에 안있으려고 꽁무니를 빼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새 이 매장안이 더 익숙해 진 생활. 혼자 아침엔 책도 일고 , 일기도 쓰고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서 책상 모서리가 다 닿아있었다.

이젠 두달후면 내 자리가 다시 식탁으로 옯겨지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헐렁한 시간들을 가질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더 바쁠 듯 해서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온다.
밭에서 일만 하시는 어머님도 도와야하고 배달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내 할 일들은 정말 끝이 안보인다.
그대 뒷모습이란 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어떻게 보여졌을까?
"나를 헹구어 주는 푸름이"란 말이 두고두고 화두처럼 내 생각을 맴돌아 왔다,
이젠 그 점포정리의 말처럼 내 짜여졌던 시간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더 알차고 아름답게 만드는 생활이 되어야 하는데, 낼 새벽 기도 시간에 난 다시 엎드려 내 좁은 기도를 시작해야 한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닮게 해달라고 , 아니. 그럴 거라고 다짐까지도.....

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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