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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일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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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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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88
 

친정엄마가 오신다는 전화를 하셨다. 친정 부모님은 생일 이나 일을 핑계로 딸네 집에 한 번씩 오시지, 별 일 없으면 통 오시지 않으시는 분이다. 그것도 아침에 오셨다가 저녁이면 이내 집이 못미더워 주무시지도 않고 집으로 가신다.
친정에 친척분 중 밤나무골 아주머님이 계시는데 그분은 딸을 여섯이나 낳고 끝으로 아들을 낳았다. 우리 엄마랑 같은 해에 시집을 와서 아주머니가 딸 여섯을 낳는 동안 우리 엄마는 맏이로 나를 낳고 아들을 연연생으로 낳으셨으니 울 엄마를 많이 부러워 하셨단다. 남들은 순풍 순풍 아들도 잘 낳는데, 건너말 할머님의 추상같은 시집살이 속에서 줄줄이 딸을 낳았으니 속이 말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건너말 할머니는 또 딸을 낳으면 다른 여자를 보아서라도 손자를 얻을 것이라 벼르고 계셨다. 막내 진규를 낳은날 셋째딸 진경이가 숨을 할딱이며 우리집에 뛰어와서는 아들 낳았다고 소식을 전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맘에도 아들 낳았다는 소식은 가문에 경사였다. 그 건너말 아주머니는 지금 신수 훤하 게도 이딸 저딸이 해다 주는 보약에다 주말이면 북적이는 사위와 외손들의 재롱으로 호강에 겨우시니 사람일이란 알 수가 없잖은가.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 인즉 우리엄마 만 보면" 형님은 겨우 딸 하나인데 어째 딸네 집에 간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네. "모르는 이가 보면 의붓딸이라 그럴걸. “ ”암만해도 이해가 안되네. “ 겨우 한두 시간 거리에 사는 딸네 반찬도 해주고 별거 다 해줄 것 같은데 좌우시간 요상해. 이러신단다. 하긴 내가 어렸을때 우리 부모님은 나를 공주처럼 길렀다. 그렇게 애지 중지 했으니 시집보내면 날마다 딸네 집 간다고 나설줄 알았는데 의외인 것이다. 그건 적극적이고 별스런 울 엄마를 잘 몰라서 하신 말씀이다. 별 볼일 없는데 왜 딸네 집을 가냐고 손사래를 치시니 꼭 볼일이 있어야 오시는 분한테 내가 내 생일날 안 오시냐고 그렇게 어리광을 부리곤 했다. 그래서 엄가 가 오셨는데 내가 좋아하는 잡채랑 손이 많이 가는 팥단지와 약식을 해 오신 것이다.
아니 무슨 어린애 생일도 아니고 팥단지를 하셨네, 하며 하나 먹어보니 아직 식지 않아 고소한 수수팥떡의 향기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목이 메었다. 떡을 하면서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제일 좋아하던 막내아들 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눈에 밟혀 좀처럼 엄마 가슴에서 떠나질 못하는 아들을 위해 버릇처럼 음식을 포장하다 말았을까? 오늘도 가슴저린 엄마 맘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내 생일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라도 쐬라고 오시라 한 거 였는데 더 알뜰히 사랑해 주기위해 그렇게 손수 음식을 해 오신 거였다.
꼭 무슨 일 핑계 삼지 말고 그냥 아무 때나 놀러 오시라 해도 이젠 사돈 도 안계신데 어느새 가방을 챙기셨다. 나는 엄마 오시면 같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아직도 젊고 고우신 엄마랑 정장을 하고 백화점에 쇼핑가기와 저녁에 영화 한편 보고 그리고 찜질방에서 맘껏 쉬고 오는 것. 그러나 어느 것 한 가지도 못해보고 이번에도 부모님은 서둘러 친정으로 가셨다.
언제쯤 내가 부모님과 한가한 데이트를 해볼까. 결혼해서 지금까지 늘 바쁜 일상인 딸 . 친정에 가도 하룻밤 자고 나면 아침에 돌아가는 나. 이렇게 살다가 언제나 청춘인줄 알았던 부모님이 안계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맘이 들기도 한다.
이젠 바쁜 일상에서 놓여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부모님과도 친구들과도 사람 사는 향기를 느끼고 싶다. 일은 끝도 없는 것인데, 욕심도 부질 없는 것인데 혼자말을 해 보려니 쓸쓸한 저녁놀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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