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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석시를 다녀와서 2부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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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04
 

소주(쑤저우 .蘇州)의 시내 거리는 운하(流水)와 고풍스런 건물들로 아담하고 화려해서 작은 성에 온 듯한 인상이 들었다.
아름다운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의 높이와 색깔을 조례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데 도시 분위기가 차분하고 멋스럽다.

소주 동북쪽에 위치해 있는 졸정원(拙政園)을 갔다. '졸자(拙者)가 정치를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유원(留園), 이화원, 승덕이궁(承德離宮)과 함께 중국 4대 정원에 꼽힐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졸정원은 중국의 정치가 ‘왕헌신’이 말년을 보내기 위해 33년에 걸쳐 지었다는 개인정원이라 한다. 창살 무늬가 모두 다를 정도로 섬세하며, 건물은 용의 형상을 띠게 하여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반영하였다. 총 면적은 5만㎡이며, 그 중 3/5정도는 연못이 차지하는데 연못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자나 복도, 산을 본떠 돌로 만든 석가산이 만들어져 있고 바닥에 깔아놓은 돌들의 모양까지도 예술 그 자체였다.

이렇게 황제 못지 않은 정원을 지어 부귀영화를 누리려했으나 그는 그곳에서 삼년도 살지 못하고 죽었으며 그의 아들은 도박으로 인해 그 정원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중국에서의 사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겨울비가 추적거리고 있어 을씨년 스런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데 상해로 이동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허름하고도 후미진 도시의 뒷골목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란 조그만 간판 앞에 차가 멎는다. 3·1운동 이후 일본통치에 조직적으로 항거하기 위하여 설립된 이 청사는 나라 잃은 백성의 모습인양 초라하기 그지없다. 차도에서 바로 건물로 들어서니 한쪽 벽에 걸린 얼룩지고 색바랜 태극기가 보인다. 그 옛날 내조 국의 실낱같은 운명을 붙잡고 머나먼 이국 땅에 태극기를 걸면서 피눈물을 삼켰을 떨리는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왜 우리 조국은 늘 이렇게 외세에 의해 짓밟혀야 했으며 피끊는 젊은이들이 또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울분을 삼켜야 했는지 비좁은 3층 계단을 오르며 내내 가슴이 미어져 왔다. 방명록 한 귀퉁이에 내 이름을 쓰고서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생겼다.

며칠째 기름진 중국의 음식과 야릇한 향냄새에 김치 생각이 간절한 날 북한식 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곳엔 북한의 예술 단원들이 곱게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았는데, 무뚝뚝하고 못생긴 한족여인에 비해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청순한지 우린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반갑습니다'를 따라 불렀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자태로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줄 땐 그만 가슴이 싸하니 아파 오며 내 핏줄 내 형제의 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도무지 그 이념이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중충하고 회색일색인 중국사람들 틈에 군계일학처럼 어여쁜 북한의 내 형제들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정치적 통일이 아직도 멀다면 문화적인 교류는 벌써 이뤄져야 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분단 조국의 현실이 커다란 벽처럼 답답해졌다.
늦은 저녁후 황포강 유람선에 올랐다. 상해의 강 대부분이 속해 있는 황포강은 무석의 태호(太湖)를 그 원천으로 하는 총길이 113㎞의 하천으로, 상해 중심을 흐르며 이 강을 중심으로 상해는 포동지구와 포서 지구로 나뉘어 있다. 강 주변에 외탄이라는 산책로가 있어서 상해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상해의 낭만적인 추억을 남겨주고 있다.
아마도 검은 황토빛 물이 야경 때문에 운치 있었나 보다. 강주변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고 편리를 위해 마구잡이로 다리를 놓지 않은 배려가 돋보인다. 아시아에서 제일 높다는 동방명주 TV 수신탑, 웅장한 양자강 하구의 경관 등을 감상하는 데 건물 외벽에 비추고 있는 불빛으로 인해 유람선 나들이는 환상 그 자체라 할까.
증평의 보강천도 이렇게 개발되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해보며 상해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본다고 했던가. 광할한 중국을 손바닥만큼 보고 왔으나 앞으로 내가 할 일들과 어려운 숙제들이 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2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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