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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2-20 1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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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06
 

자연과 더불어 사는 문인

고향의 맛을 빚어내는 수필가 공병임씨를 찾아서

 

 증평 읍내를 벗어나 우회전을 하자 산 아래로 약간 굽은 도로가 나왔다. 첩첩산중 촌락에도 늘쩡거리며 기지개를 켜던 봄기운이 완연해 쏟아 붓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아직은 밭갈이가 시작되기 전 농촌의 풍광은 그지없이 고즈넉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안온하다. 금방이라도 잘디잔 새싹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탄성의 소리를 내지를 것 같은 환영에 파르르 전율이 인다. 먼 거리가 아니어서 수월하게 찾을 거라 생각하고 나선길이 의외로 길을 잘못 들어 이리저리 헤매는 우를 범했다. 평소 데데한 성격이 여지없이 입증된 셈이다. 멀쩡히 제대로 들어섰던 길을 되돌아 나오길 두어 차례, 가장자리에다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자 다시 차를 돌려 오던 길로 곧장 직진해서 오라고 일러준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바쁜 일상이 느껴진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죽리마을,  사방으로 야트막한 산들이 울을 치고 있는 신작로를 따라 서서히 핸들을 틀었다. 멀찍이 산허리를 감싸안고 정연하게 나열된 장독들이 눈에 띄어  어림으로 거지반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목을  빼고 내다보는데 입구에 "죽리 토종 식품"이라는 소박한 입 간판이 목적지를 재차 확인시켜준다. 아직은 문명 도상에서 조금은 비켜선 듯한 산촌마을, 솔 향기가 묻어나는 햇살을 등에 얹고 그곳에서 고향의 맛을 빚으며 살아가는 공병임씨, 그는 산촌의 일상을 글로 적으면서 장 담그는 일을 하고 있다. 평소 부지런함이 몸에 배인 듯,  멀리서도 동동거리며 독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모습이 언뜻언뜻 비춘다. 행동이 민첩한걸 보니 몹시 바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이 시기적으로 봤을 때 장 담그기 적기인지라 때맞춰 찾아든 방문객이 폐객이 되지 않을까 싶어 어쩐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수로에 얹혀진 조붓한 다리를 지나 농로 길로 들어서자 채 갈아엎지 않은 논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지난 가을의 잔해가 옹이처럼 박혀 있는 것이 농심의 애타는 심정을 드러낸 표상처럼 보여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무논에 써레질이 시작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논배미마다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생명의 소리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개굴개굴... 벌써부터 개구리들이 봄밤을 익히는 소리에 마음이 설렌다.  마당 안쪽 깊숙이 차를 세우자 주인은 바삐 움직이던 일손을 멈추고 환한 웃음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그 동안 입 소문으로만 들었던 모나지 않는 그의 성품이 고르게 선 독들과 어우러져 더욱 후덕하게 보이는 건 문전을 들어설 때부터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제일먼저 시선을 끈 것은 마당 한쪽에 널려 있는 이불들이다. 저 많은 이불들은 분명 청국장과 메주를 띠 울 때 덮개로 사용하는 것들이지 싶다. 햇살 끝에 묻어나는 바람이 그것을 알게 한다. 어머니의 품을 생각나게 하는 고향의 냄새, 잠시 고향 상념에 젖어 본다.


 주인은 뒤쪽으로 무작위 휘적휘적 돌아나갔다. 어디를 그리 바삐 가나 싶어 처질세라 따라가 보니 아닌게 아니라 과수원 옆에 있는 한 동의 커다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청국장 분말을 내기 위해 발효시켜 널어놓은 콩이 하나 가득 이다. 콩의 종류도 제 각각이라 흰콩만이 청국장의 재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주인이 인심 좋게 집어먹어 보라고 권하는데 어째 선뜻 집어먹기가 뭣해 망설이다가 몇 낱을 집어서 깨물어 보니 입안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맛이 자꾸 손을 뻗치게 한다.

 

기억 속에 오래 머물고 싶은 고향의 맛, 고향을 생각케 하는 맛이 이 맛이지 싶다. 
 공병임씨에게서는 열성적인 사업가의 수완이 느껴진다. 얼마전 청국장 분말에 홍삼가루를 넣은 청국장을 상품으로 내놔 괘나 반응이 좋은 모양이다. 제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경의롭기까지 하다.


그가 이끌기에 들어간 곳은 아늑한 사무실 안이다. 사무실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사무실  보다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릴법한 그런 공간이다. 주인은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내 앞에다 어린애 두상 만한 배 한 덩이를 내놓는다. 직접 수확한 배란다. 주변 여건상 약을 칠 수 없기에 과수 작물만큼은 건달 농사를 짓는다며 웃는다. 그 옆에는 역경의 길을 걸어온 새댁이 불혹의 여인 옆에 나란히 서서 웃고 있다.


 공병임씨는 조금은 어리다 싶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하던 중 모든 꿈을 접고는 목농을 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열애에 빠졌다. 부모님의 강경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어린 새댁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 어찌 생각처럼 순탄하기만은 했을까 그의 글에서도 보여주듯이 수확기에 접어든 마늘 순이 병이 들어 죽어 가는 걸로 알고 한 근심을 하던 새댁에게 결코 소 키우는 일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었으리라. 한창때 친구들이 얼마나 그리웠을 것이고 고요가 주는 행복도 잠시였을 것이며 부모님도 철부지 딸을 보내놓고 걱정스런 마음에 편한잠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운 때가 아니었는지 젖소 파동이 일어 축산업도 하양 길로 접어드는 계기를 맞아야 했다. 그 바람에 쓰디쓴 고배를 마시고 남편과 자그마한 신발가게를 운영했지만 손에 쥐여지는 건 가용 돈 밖에 안 되 궁리 끝에 평소 관심이 많던 전통식품 쪽으로 뛰어 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일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일인지라 쉽지 않았다.

공간이야 소를 키우던 우사를 밀어내고 사용하면 된다지만 당장 장을 담아야 할 독을 준비해야 할 걱정과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콩으로 메주 쒀서 달아 매야 하는 일은 난감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틈틈이 갈래머리 스승이었던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그때 선생님하고 주고받은 시간들과 지금은 군 복무중이지만 그때는 개구졌던 연년생의 두 아들의 육아 일기가 습작이 되어 지금의 글을 쓸수 있는 재량을 키워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생활의 고단함을  느낄때면 습관처럼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는 공병임씨,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선생님과 변함없이 왕래하며 문학을 나누는 교우로 지내고 있는걸 보면 가히 선생님께서 칭송하는 제자라고 하는 말이 헛말이 아닌듯 싶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내내 나였다면 어떠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사실 장 담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예다. 까딱 잘못하면 일년 농사를 망치는 꼴이다. 간은 물론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부글부글 끊어 올라 낭패를 보고 너무 짜면 맛이 떨어진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두어말내기 하는 것도 생병이 날 정도로 몸에 부친 데 저 많은 독들을 채워 넣으려면 장인 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맘이나 먹어 볼 일이겠는가.  

 그녀의 장인으로서의 길과 문인으로서의 길이 선명하다.

 

  글/객원기자  이종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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