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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 유병택 국장님과 나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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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5-03-05 1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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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28

유병택 국장님과 나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전화말미에 그분은 언제나 “사랑혀 공여사.”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전화를 할 때면 “사랑하는 국장님” 하고 불렀으므로 누가 뭐래도 우린 사랑하는 사이가 맞다.

 증평문협 전신인 샘 문학회 어느 월례회 날이었다.

그날 신입회원으로 멋진 중년의 남성회원 한분이 들어오셨다.

자신의 소개를 하신 후, 좌중을 한번 둘러보시더니 여성회원들이 다들 미인이시란 소문을 듣고 왔는데 정말 그렇다고 너스레 까지 덧붙여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분처럼 낯설지 않았고 첫인상에 이마가 시원하게 잘  생기셨다고 느꼈었다.

 그분은 내가 생각 했던 것처럼 모든 일에 능동적이어서 이제 막 커나가는 문학회의 중심에서 일을 하시고 계셨다. 그분이 사무국장이고 내가 총무일 을 맡아 6년이나 함께 일을 했다. 매사 꼼꼼하시고 매끄런 일솜씨로 ,뛰어난 언변으로 늘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 무렵 나는 장류사업을 시작해서 몸도 맘도 많이 바쁜 시기였다.

특히나 택배주문은 날마다 있지만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는데 흔쾌히 기름 값도 안 나오는 택배수거를 맡아주셨다. 그러니 그분과 나는 주말만 빼고는 날마다 만나는 셈이 되었다.

어렵고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이 더 많을 테니 열심히 해 보라며 늘 응원하셨다. 언제 어디서나 만나 뵈면 너털웃음을 웃으셨고 ,웃음이 많던 나도 그분을 만나면 덩달아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렇게 그분과의 인연은 장맛처럼 익어만 갔다.

일을 하시되 즐겨했던 그분의 성격처럼 퇴임 후 마련한 시사랑 공간은 참 아늑하고 멋진 곳이었다. 차향기와 책상위에 어지러이 쌓인 이면지와 한옥의 분위기가 내 맘에도 쏙 들었다.

나도 저렇게 나만을 위한 행복한 방을 만들어야지 하고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서울의 문학 행사에 함께 갈 때는 첫사랑 월득이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18살 소년의 가슴에 풋풋한 첫사랑을 심어주었던 월득이란 분. 순수한 사랑한번 안 해본 사람은 문학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나. 직업군인으로 전국을 돌아다녀서  부부가 함께 지낸 날이 적었지만 지금의 아내는 늘 새벽기도로 자신을 내조한  훌륭한 분이라고 자랑하셨다.

 겉으로 보면 강한면만 보이지만 막내 아드님이 결혼하며 선교지로 떠날 때의 시(時)에선 정에 한없이 약한 눈물 많은 아버지의 모습도 보이신다.

정년을 하시고 이전 보다 더 바쁘시게 맘껏 하시고 싶은 일을 하셨던 분. 문학이야기만 하시면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소년 같은 그분에게서 들노래 축제날 문자가 왔다.

 ‘고 유병택 국장님 별세’

아무리 농담이라도 이럴 수는 없어서 문협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하필이면 그 주간 며늘아기가 병이 나서 젖먹이 손녀딸을 맡아보고 있던 터였다.

 다시 그분이 보내온 문자를 몇 번이고 천천히 읽어보았다.

 점점 흐릿해지는 글씨와 그분의 미소가 그렁그렁 눈길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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