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겨울 어느날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23 01:04:27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04
 

난무하는 눈송이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하늘은 잿빛이다.
아이들은 어느새 산중턱부터 눈덩이를 굴렷는지 제법 큰 덩어리를 등나무 곁까지 굴려왔다.
밖에 나설 때마다 우리 집 녀석들 바지 가랑이는 엉망이고 똘똘이는 신이나 서 덩달아 뛰어 다닌다.

어머님이 점심때 만두랑 칼국수를 해주셨다. 그분의 솜씨는 후닥닥 재료도 없이 무언가를 잘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김치만 넣은 만두를 빗엇지만 따끈한 게 괜찮았다.
쉴새 없이 내리는 눈이 그새 발이 묻힐 만큼 쌓여서 가게에 가지고 갈 점심을 다시 넣어두고 아랫목에 누웠다.

추운 것도 모르고 눈싸움하는 녀석들을 불러들여 동화책 한 권 씩 읽으라는 숙제를 냈더니 내 팔 양쪽에 한 놈씩 누워서는 창희가 이솝이야기를 읽고, 승희는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있다.
창희의 이솝이야기 가 시작되었다.
염소와 여우 이야기인데 여우가 우물 속 에서 앉아 있어서 염소가 물었다.
"여우님 왜 우물 속에 들어갔어요?"
"이 우울물이 어찌나 맛이 좋은지 먹으려고 들어왔단다."
그때 목이 탄 염소는 여우의 만족한 표정에 첨벙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물이 맛이 있어 갈증을 단번에 해결했다. 그런데 나가는 일이 문제 이었다.
여우가 말했다
"염소야 무등을 태워주면 내가 먼저 나가서 꺼내 줄깨"
그러나 밖으로 나간 여우는 염소를 꺼내줄 생각도 없이 어데론가 가려고 했다. 다급해진 염소가 날 꺼내 준다더니 약속이 틀리지 않냐고 항의한다. 그때 여우의 말이 " 어리석은 염소야 들어올 때 나 갈길 을 보지도 않고 우물 속에 들어왔냐"
"거기서 한번 나와봐라"
면서 총총히 사라졌다.

그걸 읽으며 창희는 재미있어 죽겠다고 킬킬대고 나는 창희에게 너 염소 닮은 것 아니냐고 녀석을 놀리고 있는데 짜증난 남편이 전화를 했다. 바빠 죽겠는데 빨리 오라나,

눈 섞인 포도는 차가 지날 때 마다 물을 튕겨댔고, 늦은 1시 15분 율리차 가 날 태우려고 벌 벌기면서 내려왔다.

버스 정거장에서 규미 엄마의 거친 손을 봤다. 여름엔 일에 절어 거칠고 겨울엔 피가 안 통해 땀 한번 안 난다고 했다. 그 투박한 손등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손을 도끼 삼아 일하신 내 아버지의 손을 닮은 까닭이다.
손톱이 닳아서 우렁이 뚜껑처럼 못 생기고 등을 긁기에 안성맞춤인 거친 손.

매장에 들어서니 칡차가 향기를 내고 난로 위에서 끓는다.
보고 싶은 이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처럼 나는 하루였다.
1994.1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