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곡가겸 가수인 라이오넬 리치는 그의 양친의 서른일 곱 번째 결혼기념일 을 축하하는 모임에 참석했다. 그의 형제들과 가까운 친척들도 참석한 화기애애한 파티였다. 이 자리에서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굴곡이 많은 세월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말한 다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세월을 나와 함께 살아오면서 고난을 견디어 주어 고맙소..."
그에게는 아버지의 조용한 이 한마디 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었다. 순간 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은 지금까지 한번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그는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인색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밤 집에 돌아온 그의 머리 속에 악상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노랫말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당신이 내게 준 시간 고맙소/소중한 기억들이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소/이제 우리는 사랑의 무지개 끝에 도착했구려/지금 나는 소리 높여 외치고 싶소/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여인이라는 것을 /그대여 사랑하오.../내가 또 한번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때도 당신에게 바치겠소..."


그는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쉽고 간결한 언어로 삼십칠 년의 세월을 살아온 노부부 사이의 다정하고도 지속적인 사랑을 전하는 노랫말을 완성했다. 그런 뒤에 곡을 붙여 그가 이끄는 중창단 코모도어스와 함께 노래했는데 뜻밖에도 이 노래는 부부애의 찬가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모았고, 이 곡이 실린 레코드는 미국에서 백만 장 이상이 팔렸다.


이 음악이 그에게 돈과 명성 이상의 소중한 것을 주었는데 결혼생활의 위기를 가져오는 부주의나 무관심에서 소중한 사랑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노래의 제목이(Three times a lady )'이 세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여인 ' 숙녀 중의 숙녀라는 뜻이다.


며칠전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았다. 화면에서는 암으로 초췌해진 부인 앞에 남편이 오열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곁에 그냥 살아 있어 달라고. 숨만 쉬면서 라도 내곁에 있어 달라고 . 이미 꺼져가는 불꽃인걸 알지만 몸부림치며 아내에게 절규한다.

어느 땐 가 이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운명인데 우린 그걸 잊고 살아간다. 연속극의 남자 주인공도 아내가 병들기 전엔 그에게 아내라는 존재가 소중한 줄 모르며 살았다. 어느 때부터인가 귀찮고 소름 끼지는 ,그래서 이혼하자고 고래고래 싸우던 사람이다. 정작 아내의 죽음이 너무 가까이 오자 자긴 준비가 되지 않았단다. 혼자가 무섭다는 것이다. 간혹 그가 아내와 크게 말다툼하는 장면사이로 행복한 미소를 지며 찍은 결혼 사진이 비쳐진다. 그 사진을 찍을 결혼 무렵은 얼마나 행복했을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무슨 원수와 만난 듯 치열한 다툼을 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날마다 신혼처럼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만, .사랑하기도 모자란 세월에 서로에게 상처까지 주면서 살고 있다. 우리 인생이 예정된 이별을 향해 가는 것을 때때로 알게 된다면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진 않을텐데 말이다.


긴 인생에서 동반자로, 때론 친구로 그렇게 소중하게 지내며 늙어 가면 얼마나 멋질까. 회혼을 맞도록 해로하면서 노랫말처럼 " 당신이 내게 준 시간 고맙소... 수많은 세월을 나와함께 살아오면서 고난을 견디어 주어 고맙소... 사랑하오 / 이렇게 살아가길 소망하며 다시 노래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