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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주를 쑤며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23 0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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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2
 우리 집에도 부지런한 성숙이네 콩을 시작으로 창고에 그들먹하게 콩가 마가 쌓여 가는데, 이맘때면 곳간에 쌀이 쌓이듯 마음이 부자가 된다. 농부는 콩 타작을 마지막으로 동면을 맞는 데 비해 내가 하는 일은 그 콩으로 두루뭉실한 메주를 떡 주무 르 듯 하면서 시작하는 일이니 이제부턴 바쁘게 생겼다. 식구들 먹을 양만큼 서너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판에 나는 백 여 가마 메주를 쑤어 내려면 실은 더럭 겁부터 날 때도 있다.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손으로 하는 일이라 저녁이면 팔 다리가 아파 아예 초정약수에 가서 몸을 지지며 한 달을 지내곤 한다.


내가 처음 전통식품을 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하긴 늘 어머님이 담가주신 것만 먹었고 메주 쑤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땐 몰랐으니까 선뜻 그 일을 한다고 나선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뜨거운 열정 앞에 안될 일은 없는 듯 했다. 마당에 무쇠 솥을 서너 개 걸어놓고 장작을 때며 메주를 쑤었는데 연기 때문에 날마다 눈물 범벅이었다. 장작불을 지피려면 수없이 불을 꺼트리거나 불 조정을 못해 콩을 태우기 일쑤라 밤낮 아궁이 앞을 지키기도 했다.


하룻밤 잘 불린 콩을 일어 솥에 안치고 한나절이 되도록 콩을 삶아내면 마당 가득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젠 일에도 이력이 붙어 마당에 퍼지는 콩 삶는 냄새로 어느 정도 익었는가를 가름 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한국 음식은 거의 모두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로 간을 맞추고 맛을 내므로, 장의 맛은 곧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기본 요인이 된다. 한국에서 언제부터 된장을 먹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확실한 것을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고구려에서 장양(藏釀)을 잘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된장·간장이 한데 섞인 걸쭉한 것을 담가 먹다가 삼국시대에 와서 간장·된장을 분리하는 기술이 발달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식생활에서 장류가 얼마나 중요한 식품이었는가를 장제품조의 첫머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아니 하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으로 할 수 없다".


오늘도 나는 메주를 쑤며 세상에서 젤 행복한 된장아줌마가 되기 위해 종종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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