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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주와 브레지어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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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3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한테 생일 선물을 받았다.
큰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장미 한 송이를 , 작은 아이는 앙증맞은 포장지를 내밀었는데 그 속에는 예쁜 매니큐어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행복하던지 결혼이후 한번도 발라 본적 없는 매니큐어를 자랑하며 바르곤 했다. 비록 500원 짜리 이었지만 .
그 선물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 이유는 정작 둘째 녀석의 진지한 다음 이야기 때문 이였다."엄마 내년에는 돈 모아 가지고 브래지어를 사줄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부부는 배꼽을 쥐고 웃었다. 말썽꾸러기 개구쟁이로 알았는데 그렇게 아기자기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 갑자기 다 커버린 것 같이 느껴졌다.
요즘 우리 집 처마 밑으론 줄줄이 매어 단 메주 꾸러미가 색다른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한달 내내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 만든 메주가 셀 수 없이 시렁에 걸려 햇살에 몸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저녁 물에 불려 푹 삶아낸 큰솥에선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하며 하얀 김이 서린다,
그러면 어느새 남편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광주리를 번적 날라주기도 하고 볏짚으로 묶은 메주를 옮겨 달기도 한다.


처음엔 별것 아닌 줄 알고 아궁이 앞에서 군고구마 먹는 재미로 일을 거들더니 메주 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는 노동임을 알고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려고 했다.
한편으론 좀 안쓰런 맘도 들었으나 아이들이랑 같이 일하면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굉장히 소중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 가는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줬다.
사실 요즘 농촌의 아이들도 일은 전혀 해보지 않아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부모님을 돕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줄 알고 있으니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연년생으로 같이 울고 보채고 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 경제 한파가 시골 구석구석까지 몰려와 걱정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애써 가꾼 피눈물나는 농산물의 수확도 포기한 채 논밭에 있는 보습을 보면 가슴이 저려 온다.
그래서 수없이 고민 하다가 농촌에서 할 일 중에 메주와 된장을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전래돼 오던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우리 문화의 대부분이 손끝에서 나온 정성과 시간과 오래 삭임의 문화이지 않은가.


산업화와 발빠른 시간의 짜임 속에서 은근과 끈기가 사라진 지금 누군가는 힘들지만 그 일을 계승해야 하리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가끔씩 우리 집 된장찌개를 먹어본 사람들이 농담 삼아 했던 말이 어느덧 네게 된장 여사로 불려지게 만들었다.


묵묵히 일 잘하는 남편. 씩씩하지만 때론 딸아이 마냥 날 감동시키는 아들이 둘이나 있고, 이 겨울 난 부푼 꿈으로 가득한 하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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