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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주쑤는 날의 단상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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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2
 

어느새 살얼음이 얼었다.
비학골에 집지을 때 소재 아재가 선물한 모과나무는 올해도 튼실한 열매를 달고서 보는 이들의 손길을 유혹한다. 쌍곡 계곡의 단풍이 불붙는 다고 해도 이젠 메주를 쑤기 시작하면 나들이는 힘겨울 듯 하다.
소점말 아주머니댁 감나무는 잎이 다 지고 노을빛 감들이 다닥다닥 붙었는데, 우리 집 장독대 곁의 감나무는 아직도 잎이 무성해서 열매가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가끔 오시는 이들에게 몇 가지 꺾어 차안에 넣어주면 즐거워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혼자 들지도 못하는 솥을 닦으며 씨름하고서 대충 메주쑬 준비를 해야 했다. 아침에 큰애가 똘똘이 얼어죽는 다고 걱정을 했던 터라 처음으로 사슬을 풀어주고 마당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장작이랑 다 준비를 했지만 올해부턴 가스로 불을 지피자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장작 불때기가 힘들긴 하지만 고구마 구워먹는 재미며 향수 어린 풍경이 있어서 좋긴 했는데. 지난해 장수 아저씨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 가신지 일년이 되어 오나 보다. 새벽잠이 없으신 그분은 해도 뜨기전 어스름 무렵에 오셔서 아직도 자냐고 큰소리로 우릴 깨우곤 하셨다.

산더미처럼 창고에 콩가 마가 쌓이면서 나는 속으로 걱정이 이만 저만 이 아니다. 올해 엔 어떻게 저 일을 다 하나 속으로만 한숨을 쉬는 것이다.
사실 이제 까진 메수쑤는 일에 서 난 제외 이었었다 . 늘 상점에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이젠 본격적으로 일을 거들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라 작년에 몸무게가 10kg빠진 남편의 고생이 실감이 나려는 순간이다.
겨우 메주 한 가마를 만들고 있는데 똘똘이가 안 보인다. 우리 부부는 아랫마을로 윗마을로 앞치마를 한 채 강아지 찾으러 다니고 어머님은 강아지 보다 승희의 서운한 맘을 어떻게 달랠 거냐고 핀잔이시고.... 그 똘똘이는 삽 개와 진돗개의 혈통을 가지고 나서 보기엔 좀 우습게 생겼지만 큰 녀석이 애지중지 하는 놈이다.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 잃어버린 셈했는데 얼마 후에 임집사님이 큰길에 개가 있다고
빨리 오란다. 차를 끌고 한정거장 가니까 우리 똘똘이가 지나는 승용차만 보면 따라 가다가 포기하고 또 차에 달려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세상에 .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태워다 줄 때 따라 나섰다가 내차를 놓치고 서너 시간이나 차도에서 우리를 찾은 거였다. 개엔 별 관심이 없는 남편도 한아름에 끌어안고 나는 또 가슴이 찡하고.....

햇살이 많이 기울어서야 콩 두가 마를 삶을 수 있었다. 마당 가득 구수한 냄새가 나고 메주를 만들며 먹어보는 삶은 콩 맛이 얼마나 소고한지 모른다. 모처럼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를 들으며 간간이 남편이랑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어머님은 짚으로 메주를 엮고 셀 수 없이 추녀에 걸고 계신다.
추녀뿐이랴 .마당 가득 시렁을 걸고 줄줄이 매단 메주꾸러미에서
이제부터 시작되는 우리 집의 늦가을 풍경화를 겨우내 간직하게 될 것이다.

겨우 하루 일을 하고서 온몸이 다 녹아나는 듯 나는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어떻게 올해도 백가마 할건지 난 엄살을 피웠지만, 그게 우리의 고정 적인 생활 터전이 라고 생각하면 사실 지난해 보다 더 해야 한다고 말해야 옳았다.
철없는 아내의 엄살인걸 너무나 잘 아는 배불뚝이 남편. 그이의 배가 오늘부터 한달 후면 홀쭉이가 될 거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 일하면서 살 빼고 그리고 우린 이렇게 소중한 전통 식품을 하는 거니까 더 행복하고.

꿈나라로 향해 가면서 끙끙 앓는 소리로 행복한 하루라고 말하고 있었다.
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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