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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육아일기(고상한 엄마)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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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8
 

지리한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창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잠들고 나니 온 세상이 조용한 것 같습니다. 큰아이가 3살 작은아이가 2살이니 좀처럼 한가한 시간이 없는데 이렇게 한차례씩 낮잠을 자는 시간이 나의 유일한 자유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엔 빨래며 설거지 등으로 더 바빠지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나도 조용히 녀석들 곁에 엎드려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고 합니다.
단잠에 빠진 아이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양볼에 심술이 가득한 둘째는 자는 얼굴도 개구쟁이 이구요. 겨우 한 살 많은 큰애는 자는 모습도 애처롭습니다.

결혼하고서 나는 아이를 낳으면 고상하고 지적이고 우아한 엄마가 될 거라고 늘 맘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갖기 전부터 태교를 했고 첫아이를 임신했을 땐 늘 배에 손 얹고 기도생활을 했습니다.

결혼 후 삼 년 만에 태어난 큰애는 제가 바랐던 것처럼 코도 오똑하고 얼굴이 갸름하니 예뻐서 온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습니다. 매일 쌓이는 기저귀와 빨래도 즐겁고 한밤에 일어나 옹알이를 하는 것도 예뻐서 같이 밤을 낮잠아 놀아주는것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천사 같은 아이가 첫돌이 지나고 얼마 후 동생이 태어난 것입니다. 아이 하나를 데리고 밥도 제대로 못해먹는 내게, 둘째 가 생기면서 내 좌우명이었던 고상한 엄마가 이미 아니었습니다.
내 우아했던 목소리는 항아리 깨지는 소리로 변해 담을 넘어 달아났고 ,엉덩이를 맞은 큰 녀석의 울음도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커가며 어찌나 말썽꾸러기가 되어 가는지 연탄아궁이 속에 감자를 잔뜩 넣지 않으면, 호미들고 꽃나무를 다 망가트리고, 물장난으로 금방 갈아 입힌 옷을 다 적시고 뭐이든지 녀석들 손에 닿으면 온전한 게 없으니 어떻게 제가 고상한 엄마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큰아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가끔씩 예쁜 짓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제 앞을 지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든지 인사를 하는데 이렇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영감?' 도무지 영감 소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인사 잘 한다고 할머니 들이 귀여워 해 주심니다.

큰아이는 순한데 비해 작은 아이는 어찌나 고집이 센지, 제 베개며 이불 그리고 제 장난감을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끌어 앉고 다니니 제 형과의 다툼은 아침에 눈뜨며 시작됩니다.
아이의 어렷을적 모습을 보면 제 아빠를 닮았을 것 같다고,난 얌전했다고 우린 아이를 사이에 두고 말다툼도 잘합니다.

게다가 한가지 고민까지 있습니다.
큰아이는 우유를 잘 먹어서 젖떼기가 쉬웠는데 둘째는 통 우유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지금 20개월이 다된 아이가 아직까지 젖을 먹고 있습니다. 이유식 할 시기가 지난 것 같아 젖떼기를 시도했지만 번 번히 실패했습니다.
녀석의 고집 때문인지 방법이 틀려서 인지 도무지 힘에 겹습니다.

어제도 가슴에 머큐롬 을 바르고 엄마 아프다고 죽는시늉을 다 했는데 허사로 끝났습니다. 녀석이 그치지도 않고 울며 보채는 바람에 그 밤을 못 넘긴 것은 순전히 남편 때문 임니다. 우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나. 저절로 안 먹을 때까지 먹이는데 낳겠다 등등 갖은 핑계를 대며 귀를 막고 돌아누운 탓이었습니다.

도움도 안 되는 남편에게 화가 나서 ,나는 녀석에게 젖을 물리고 이렇게 소리 쳤습니다.

' 좋다고요' '나는 이 녀석이 학교 갈 때도 점심시간에 맞춰 젖을 주고 올 테니 그리 아슈'

19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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