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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운사 에서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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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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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9
 

아카시아 만발한 뒷산에서 가슴 설레는 향기가 저녁내 마당을 맴돌고, 해가 설핏 지고 나니 숨죽이고 있던 개구리의 합창은 그야말로 어수선한 교향곡 한편처럼 흐른다.

내가 없어도 우리 집 똘똘이는 하루종일 마당에 턱을 괴고 앉아 부쩍 통행이 많아진 농로의 마을 사람들을 훤히 꿰고 있을 터였다.

최영미의 시 선운사에서는 동백이 지고 있지만 우리가 찾은 선운사엔 오월의 신록이 새초롬히 몸을 단장하고 그윽한 산의 정기를 더덕 향기처럼 풍기고 있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지천으로 피어난 동백을 보았다면 좋을 거란 생각을 하며 선운사로 들어서니 사천왕과 대웅전 사이 색다른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승려들이 공부하던 만세루 라는 건물이었는데 익공구조의 맞배지붕 형식으로 마루가 깔린 단층 건물이었다. 기단과 주초가 자연석이며 배 흘림 기둥과 민 흘림 기둥으로 기둥 끝에 용머리가 조각되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고, 통나무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기둥과 대들보를 삼아 넓은 평면에 비해 높이가 낮은 루(樓) 의 구조 였다.
다른 건물을 짖고 남은 목재로 건립했다는 설이 있는데 우린 마루가 깔린 만세루에 앉아 아늑하고 정겨운 대웅전 마당의 햇살을 피하고 있었다. 제법 넓은 평수로 보아 적잖은 수도승들이 마루에 정좌하고서 무슨 선문답을 했을까 궁금해 졌다.

선운사에서 도솔암 까지 가는 좁은 산길을 오르자니 계곡사이로 수줍게 피어난 야생화가 저만 쳐다 보라 채근한다. 샤먼 앱트 러셀의 ' 꽃의 유혹' 에서 보면 꽃이 단명하다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꽃이 단명한 이유는 너무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온갖 향기와 색깔로 치장해야 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아리따운 자태로 몸을 흩날려야 한다. 생식의 재료와 도구도 연약하기 짝이 없는데 그래서 한눈팔 사이 없이 그것들을 지켜야 한다 라고

소복을 연상시키는 홀아비 바람꽂, 기묘한 모양의 흰괭이눈꽃 병든 소녀처럼 연약해 보이는 꿩의 바람꽃. 풀 솜대 , 피나물 홀아비 꽃대, 그중 엷은 보랏빛 얼레지는 이슬에 세수한양 수줍은 아이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 산 속에서 저 홀로 피어 삶을 가꾸는 여린 풀꽃에 취해 암자로 가는 발걸음이 더뎌졌다.

도솔암엔 그윽한 찻집이 있어 환상에 젖어 본다. 수 없는 사람들이 고뇌의 짐을 지고 오르내렸을 험한 산길. 이 길을 다시 돌아 내려 갈 때는 버거운 삶의 고뇌에서 놓여나 발그레한 동자승 같은 얼굴 빚이었을까?

선운사를 큰절이라고 하는 반면 도솔암은 작은 절이라 일컫는다. 선운사가 한창 번창한 시절엔 승려가 무려 3,000여명이나 있었다니 절의 규모를 가름할 수 있었다. 도솔암 에서 한숨을 돌리고 동불암 마애불 앞에 선다. 깎아지른 절벽 한 면에 높이 17m 에 달하는 마애불은 독특한 형식의 부조로 조각한 동양 최대의 걸작이란다. 어떻게 저런 절벽에 부처를 조각할 수 있었나 목 아프게 바라보면서 점점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도솔암을 지나 100여 개가 넘는 가파른 바위게 단을 오르면 내원궁이 암벽에 걸려 있다. 숨이 막힐 듯 험한 그 길을 오르며 이미 속세는 절로 잊을 것만 같다. 하필이면 고단한 인생 길처럼 그 높은 곳에 암자를 지었을까? 눈 내려 사위가 설원이 되면 해동 때 까지 발목이 잡힐 것이다 . 미리 계산에 넣은 고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험한 곳에서 자신을 수련했단 말인가. 그리고 산 아래의 생활을 용기 있게 버린 단아한 승려의 얼굴이 그려진다. 마애불에 조각된 미소를 닯았을 것 만 같고.

회장님이 답사한 코스여서 우린 용문 굴로, 낙조대로 천마봉으로 그렇게 산줄기를 걸어 돌았다. 낙조 대에서 마셔보는 바닷 바람냄새. 갖은 풍상에도 꿋꿋이 자라나는 소나무 둥치. 아마도 이산은 봄 ,갈 없이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당당할 것만 같아 기회가 되면 다시 오자고 무언의 약속을 했다.

선운사에 가신 적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 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에 말이에요

조용남의 선운사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자니 바랑을 지고 떠나지 못하는 승려들처럼
그렇게 선운사 마당을 또 걷고 싶어진다.


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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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2005.01.28-12:39 | 삭제
소윤님 선운사가 어디 산 속에 붙었는지 알지도 못했는데 구경 한번 잘했습니다.
3000명이나 되는 승려는 벼 농사 보리 농사 해서 먹고 살았나, 영양 캅쎌 먹고 살았나?
살아간게 용합니다. 아득한 옛날 어둑한 시절, 농민의 피와 땀과 정성을 먹고 살지 않았을까. 소원궁 엄청난 암벽에 걸려 있다 하니 감동적이고요. 그리고 17M나 되는 마레여레불 고개 빠지도록 바라봤군요. 선운사 가는 길 그 꽃길 감동 스러워. 언제 한번 보고 싶은 곳.




2005.01.28-18:23
백로 선생님 오셨네요. 전남 순천에 있는 좀 유명한 절이죠.
저도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선암사 간다길래 수올 (형숙) 과 함게
따라 갔었어요 하루 코스라 주마 간산격인데 맘 같아선 하루 유숙하면서 그윽한 산을 느끼고 싶던데요.




하얀세상 2005.09.19-14:42 | 삭제
고즈넉한 선운사
동백나무만 생각납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동백나무를 바라보면서 천년사찰의 찬란한 역사를 한눈에 느낄수 있었지요 어찌 보는이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노래가 다 나왔을까
지나는 길에 옥수수등의 농산물이 더없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사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름다운 단풍이 있는 선운사에 한번 다녀오는것은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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