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괴산 나들이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9:40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28
 

괴산을 갔었다.
증평서 괴산 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도 늘 먼 곳에 가는 느낌이 든다.
부지런한 이들이 경작하는 담배 밭들, 산 모서리 까지 비닐을 씌워 햇빛에 눈이 부시다.
더러는 새로 신축한 주유소에 펄럭이는 만국기를 만날 때도 있다. 오월의 싱그런 햇살을 받고 곡식들이 자라는 모습까지 보일 것만 같은 화창한 날이다.

내가 이천에 살면서 괴산 이란 지명을 들어본 것은 아주 어렸을 때 이었다.
소고지 할머님댁 큰 아줌마가 괴산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이다. 모두들 괴산 형님으로 불렀는데 그분이 친정에 오시는 날은 언제나 해질 무렵이어서 나는 괴산이 지구 끝트머리 쯤일거라고 짐작 했었다.

그 괴산에 내가 시집와 살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산높고 물 좋은곳, 문인이 많이 배출되었으며 어딘가 모르게 이름 속에 고고한 학의 기운까지 느껴지던 지명. 담배와 고추 그리고 인삼이 많이 재배되는 청정지역, 그렇게 괴산댁으로 닮아가던 즈음이었다.

증평은 괴산군에 속해 있으므로 군청의 볼일을 이렇게 산골로 들어와 처리하는 것이 처음엔 많이 어색했었다. 거리는 가까우나 지역특성상 생활문화권이 현저히 다른데 말이다.
관공서를 찾아 일을 마치고 직행 버스정류장에 왔다. 허름한 건물과 한산한 터미널이 농촌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을씨년스럽다.

차표를 구입할 때마다 느껴지는 일인데, 쥐구멍 만한 유리창 밑으로 돈을 넣고 표를 건네 받는 일이 여전히 거북스럽다. 두툼한 유리창 좀 떼어내고 사람의 얼굴을 직접 보며 그 지역의 느낌을 얻고 싶은데 말이다.

증평행 직행버스엔 기사 아저씨랑 나를 포함해 넷뿐이었다. 앞자리에 자리를 정한 나는 차창이 환하게 트였으므로 기분이 상쾌 해 졋다.

활주로 같은 4차선이 끝나고 길이 좁아지며 괴산의 험한 구비길 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버스는 4차선에서의 속력을 전혀 늦추지 않아서 몸이 몹시 흔들리며 울컥 메스꺼움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다른 차가 제 앞을 달리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다는 듯 무조건 추월인데 , 그 길이 급경사 여도 곡예 하듯 덩치 큰 버스를 몰아 가고 있었다.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는 동안 속도 좀 줄여 달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 아저씨는 뽕짝 노래 테이프를 귀에 거슬리게 틀어 놓고 껌을 씹으며 흥겨워하는 터라 감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추월을 하려고 차를 중앙선 밖으로 밀어 내는데 갑자기 커다란 덤프 트럭이 라이트를 켠 채 코앞에 다가섰다.
아~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새어 나왔다.

모래재 고개를 내리달릴 땐 시속 300km 쯤 될 거라고 느껴졌다.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순식간에 버스는 증평터미널에 접어 들었고 ,모처럼 외출을 즐기려던 나는 사색이 되어 버스에서 내렷다.
빈차로 달려온 총알 버스에 증평에선 꾸역꾸역 사람들이 올라 탄다

난생 처음 폭주 직행차를 타고 괴산 나들이 하던 날, 그 날밤 꿈속에서도 이불 끝을 말아 쥐고 신음 했었다.

공포의 괴산 나들이 였다.
1997.5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