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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 이야기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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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1
 

햇살이 눈부시고 포근해서 겨우내 신었던 부츠를 벗었다.
무심천의 벚꽃이 하나둘 피어난다는 소식을 지역방송 뉴스에서 본지가 벌써 몇 날이 지났는데 아직도 겨울인양 구둣가게 주인인 나는 여태 낡은 부츠를 신고 있었다,

봄 구두로 바꿔 신은 날 꽃 그림 엽서를 방안 가득 늘어놓은 채 나는봄 이야기를 쓰고 있고, T.V 화면에서는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사 이야기가 나래이션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어느 노인의 영정사진이란 말이 가슴에 와 박히며 무심코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진사는 행려 병자로 입원한 사람의 마지막을 위한 영정 사진을 찍고 있었다. 초췌해 질 때로 야윈 환자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사진사는 저렇게 누워 계시더라도 아버지만 살아 계신다면 원이 없겠다고 한다. 그분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변변한 사진도 한 장 없어서 주민등록 사진을 확대해서 썻다며 그것이 못내 가슴에 남아 없는 이들을 위해 영정사진 찍어주는 일을 하게된 동기라 했다.

며칠전일이다.
텃밭의 배나무 꽃이 수줍게 웃고 있던 날 친정 부모님이 오신다고 전화를 주셨다.
내 생일 때문임을 아는 나는 안 오셔도 된다고 했지만 두어달 전 위암 수술을 하신 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오시라고 했다.

엄마는 콩넣은 백설기를 한말이나 해서 가져오시고 야위신 아버진 내게 요즘 힘들지 않냐고 물으신다. 지난번 뵐 때 보다 혈색이 안 좋으신 아버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사진관엘 가고 싶어졌다. 엄마랑 다정하신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마땅찮아 하시는 두분을 모시고 막무가내로 사진관으로 갔다.

아버지의 얼굴에 뽀얀 분도 발라 드리고 엄마는 미장원에서 30분도 더 있더니 새댁처럼 화사하게 변하셔서 들어오셨다. 사진 촬영이 의외로 길어진다. 여러 모습을 담아 보고 그중 자연스런 웃음을 순간포착 하는 일이라 영 어색한 모습이다.

해마다 기념사진을 찍어드리다 보면 어느 날엔 두분의 자리에 빈자리도 있을 것이란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목이 메이게 했다.

수술실 앞에서 4시간 여의 피말리는 기다림이 있는 동안 아버지도 이젠 많이 늙으셨다는 것을, 그리고 점점 우리 곁에서 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던지.

시어머님의 수의를 보는 것도 이만큼 가슴아프지 않았는데 정작 , 두 분의 정겨운 사진을 찍어드리며 주책스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봄이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화사한 날에 사랑의 영정사진을 찍는 이야기 화면이 냉동실의 설기떡과 뿌엿게 겹쳐지고 있었다.
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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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2005.02.07-16:53 | 삭제
글쓰는 사람은 보는 눈, 듣는 귀, 쓰는 솜씨가 남다른 것을 알고는 있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샘이날 정도로 남다르군요.
자신이 보면 늘 그러한 것들이지만 문자로 엮어내는 일이라는 것이 달라서 작가라고 부르나 봅니다.
항상 글쓰는 아낙이기를 바라면서 설 잘 쇠시고
복터지는 한해가 되십시오.




2005.02.10-15:57
ㅎㅎㅎㅎㅎㅎㅎㅎ
고맙습니다.
님게서도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바람니다.




하얀세상 2005.09.19-15:35 | 삭제
san 님께서 칭찬에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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