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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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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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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6
 해피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다.
며칠전 아침일 찍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하는데 해피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현관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이 날 따라 다니며 귀찮게 구는 녀석이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를 않는 거였다.


혹시 이웃집에 마실 을 갔나 싶어 볼일을 보고 해거름에 집에 왔지만 그때까지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 이라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랜턴을 들고 뒷밭으로 풀숲으로 그리고 깊은 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하나 정신 없이 녀석의 이름을 불러도 기척이 없다. 뜬금없이 목이 메어 왔다. 이럴 때 남편이 옆에 있었으면 한마디했겠지만 그래도 푼수처럼 강아지이름을 목메게 불렀다. 마을을 한바퀴 다 돌아도 녀석은 없었다.


해피는 두 아들이 다 군에 가고 없던 올 봄에 자인으로부터 얻어온 강아지다. 애들 둘이 한꺼번에 집을 떠나 고 난 후 어찌나 허전하고 쓸쓸하던지 먼 산만 보고도 눈물을 훔치던 때 우리 집에 온 것이다. 패키니즈 종으로 하얀 털에 눈이 보름달처럼 큰 아주 예쁜 녀석이었다. 도시에선 방에서만 기르는 애완견이지만 나는 그냥 잔디밭에 놓아길렀다. 손바닥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놈이 재롱도 많아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은 나에게 이야기 친구가 되어주고 또 외출에서 들어오면 그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고 우린 찰떡 궁합처럼 서로에게 애정을 쏟았다.


적적한 사람들이 애완견을 기르며 자식처럼 돌보는 맘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잔디밭에 풀이라도 뽑을 양으로 호미를 들고 일하면 영락없이 녀석이 내손의 장갑을 물고늘어진다. 그리곤 발랑 누워 같이 놀아달라고 떼를 쓰면 목덜미를 간지럽혀 주는 것이 내가 녀석을 이뻐한다는 애정 표현 이다.


아침에 산책하다가 이웃집에 들려 차 한잔하느라 늦어져도 꼭 내 신발 옆에 얌전히 앉아 날 기다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해피는 날 졸졸 따라 다니며 행복하게 해 주었다.


해피를 기르며 나는 점점 푼수 댁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우리 아가라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얼굴이 지져분할까봐 하루에 수도 없이 세수를 시켰다. 그래서 녀석은 내가 밖의 수도 가에 앉아 제 이름을 부르면 귀찮게 세수시키는 걸 알고 슬슬 도망을 가는 꾀가 많은 녀석이었다.


다음날 도 해피는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도 모른다하고 아무리 찾아도 없고 앞 집외에는 전혀 나가지도 않는데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흔적이 없는 것이다.


얼마나 서운하고 허전한지 내 귀는 밤에도 밖의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해피소리처럼 환청이 들려왔다. 집에서 기르던 작은 짐승 한 마리의 부재가 이렇게 눈물날 만큼 서운하면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의 맘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갑자기 숙연한 맘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아들들 군에 가고 나서 너무 많은 정을 주었나 보다. 이웃집 할머니 말씀처럼 강아지에게 쏟는 정을 부모에게 반만 하면 효부 상을 탄다던데 적당히 정을 주었어야 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이젠 없을 거라 포기하고 있는데 아랫마을의 집사 님이 해피같이 보이는 강아지가 있다는 전화를 했다. 한걸음에 가서 해피를 부르니 녀석이 꾀죄죄한 털에 풀 씨를 여기저기 묻히고 어디선가 나타났다.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왔을까 얼마나 집을 찾아 돌아다녔을까. 배가 얼마나 고팠을가 번쩍 안고 오려니 마을 아주머니가 밥 한끼도 안 굶기고 다 주었다는 거였다. 그 댁의 진돗개가 새끼들일 때가 되어 시집 보내러 갔는데 우리 강아지가 그 빈집을 지키고 있는 중이란다. 설마 우리 해피는 아직 몇 개월 안된 애기 인데 바람이 났다고 (?). 믿어지지 않았지만 얼른 차에 태워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몇 분도 안 돼 녀석이 거짓말처럼 또 사라진 거였다.


정말 이었다. 차를 몰고 아랫마을에 가보니 해피는 방금 도착했는지 숨을 할딱이며 하마만한 암캐 옆에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아! 바람이었다. 순전히 가을 바람 탓이리라 그렇게 믿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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