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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별연습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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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1
 

휴일이면 해가 중천에 오도록 일어나지 않는 큰 녀석에게 난 이렇게 엄포를 놓았었다.
"너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 해병대로 보내 버릴 거다" 가서 죽도록 고생을 해야 제 덮고 자는 이불도 개고 제방도 치우지.

밤낮이 바뀐 녀석의 귀에 딱지가 않도록 중얼거린 세뇌교육은 기가 막히게도 삼년후 에 딱 들어맞았다. 죽어도 해병대는 싫다더니 저 자신을 시험해 본다며 해병대에 지원을 하고 온 것이다.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헬스로 몸만 들기에 들어갔다. 실은 그냥 엄포였는데 진짜 해병대에 간다니 슬그머니 걱정이 앞선다, 어느새 내가 중년이 된 것이다. 군인 아저씨 소리들을 아들을 둘씩이나 곁에 거느린.

친구의 아들이 군대 갈 때만 해도 남의 일이었다. 맛난 음식 앞에서 그렁그렁 눈물을 보이면 전쟁터에 보낸 것도 아닌데 유난을 떤다고 핀잔을 주지 않았던가. 그러면 너는 두고 보자. 더하면 더할 테지 라고 하던 친구의 말이 아직 신검도 치르지 않은 요즘 자꾸 머리 속에 맴돈다. 난 당당할 자신 있다. 절대 눈물 보이지 않는다. 전시에 아들을 군대 보낸다면 야 눈물 뿐이겠는가 억장이 무너져 제대하는 날까지 발뻗고 잠 못 잘 것이다.

그래도 이별은 이별 일 테지. 이제 삼개월 후면 가족과 떨어져 처음으로 자신과의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유약한 아들과 미리 이별 연습중이다.

유난히 정만은 녀석은 몹시 추운 날 밖의 똘똘이 추울까봐 걱정이고 잔인한 영화의 장면을 보고 난 날은 우리 방으로 들어와 자는 얼뜨기 아들이지만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해병대에서 진정한 남자로 변해서 날 감동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철없던 시절 엄마의 맘을 몰랐던 것처럼 녀석도 내 맘을 몰라 줄 때가 있어 좀 섭섭할 때도 있다.

오늘 아침도 산나물과 된장찌개뿐인 산골씩 밥상이 못마땅한 눈치여서 저녁엔 녀석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구워줄 양으로 숫불을 준비하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겨우 하는 말이 친구들이랑 운동하니까 엄마 먼저 먹으라며 멋없게 전화를 끊는다. 저것이 딸이었음 얼마나 다정할까 싶어 없는 딸 타령으로 속을 끓이고 말았다.

녀석이 어렸을 땐 머리 감기를 제일 싫어했다. 내가 거꾸로 앉고서 부드럽게 머리를 감기며 착한 우리 아가. 예쁜 우리 애기 소리를 백번도 더 해야 겨우 울음을 그치는 놈이었다. 그래도 목욕하는 것은 좋아해서 제 멋대로 놀도록 함지에 물을 넣어주고는 졸음이 올 때쯤 수건으로 감싸 안아주면 그렇게 좋아했다.

밤마다 옛날 이야기 하나씩을 들려주느라 매일 동화 작가가 되어야 했던 엄마의 행복을 기억이나 할까? 새벽마다 잠든 녀석의 이마에 손 얹고 기도해준 기도문을 힘겹고 눈물날 때 혼자서 외우며 엄마 생각을 떠올릴까?

난 아직 떠나 보낼 준비가 안되었는데 녀석은 날려고 몸부림이다.
이별 연습은 현재 진행중이다. 200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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