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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 감나무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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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4
 

낙엽진 감나무에 탱글탱글 가을이 열려 있다. 손바닥만한 햇살을 향해 온몸을 내민 앙증맞은 감을 볼 때마다 뜬금없이 눈물이 고인다.

나는 서둘러 감을 따지 않는다. 가을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고 싶어서일까! 장독대 옆 뽀조 리 감나무는 해거리 끝이라서 참 많이도 열렸다.

우리 집의 많은 유실수 가운데 유독 감나무에 정이 가는 것은 나무가 주는 정감 때문이다. 늦가을 여행지에서 만난 감나무에 한없이 취해 본적이 있다.

서리 가 하얗게 내려 있는 들녘 풍경과 고즈넉한 아침의 느낌. 추수 끝낸 들판으로 참새 몇 마리 날아드는 11월에 나는 신부가 되었다. 다시 맞을 봄을 위해 소중한 씨앗을 보듬고 있는 계절에 먼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이는 결혼을 항해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어린 신부인 나는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니까 소중한 부모님 생각도 ,눈만 뜨면 같이 있던 친구들도 뒤로 한 채 훌쩍 설레는 여행을 간 것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나를 위해 좋은 일들만이 기다려 줄 것 같은 예감을 갖고.

우리 여행의 시작은 첫 기차를 타기로 했었다. 떠나던 날 새벽에 배낭을 짊어진 신랑이 밖에서 큰 소리로 날 불렀다. 세상에 그이의 손에 들린 운동화는 마치 구운 오징어처럼 온몸을 비틀고 있었다. 전 날밤 하얗게 발아 서 연탄 아궁이 곁에 세워 놓았던 건데.... 신랑의 표정과 새까맣게 타고 비틀어진 운동화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철없는 신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타버린 운동화를 신고 기분이 말이 아닌 신랑의 속도 모르는 기차는 신나게 새벽을 달렸다. 얼마쯤 왔을까? 뿌연 어둠이 걷히고 창가를 스치는 풍경이 있었는데 아! 가을 감나무였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 ,군데군데 오롯이 열매만 달고 있던 감나무들. 아마도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욕심 없는 행복을 가꿀 줄 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서 내린 우린 손을 꼭 잡고 걸으면서도 사랑한단 말을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사랑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우리의 긴 여행에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동행해 줄 거라고 믿어졌다.

여행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혼자 보다는 둘이서 함게 하는 게 훨씬 나으리라는 확신만이 있을 뿐이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힘겨운 일이 더 많은 듯 하여 속상해 하면서도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려니 생각하며 ,가슴으로 밀려오는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 다.

말없이 열매를 키우고 서 있는 순한 감나무를 닮고 싶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 가가 아니라, 물 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 가 하는 것 " 이라고 한 법정 스님의 글이 오늘 다라 가슴으로 읽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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