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육아일기(개구장이들의 하루)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1:57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21
 

아침에 참깨를 볶으려고 작은 체를 찾으니 영 눈에 띄질 않는다
혹시나 하고 6살짜리 큰아이에게 물으니 고기 잡으러 가지고 갔다가 잊어버렸단다.
망치 같은 연장 외에 이 녀석들의 손에 붙어 나는 게 이젠 싱크대 속에도 있나 싶어 걱정이다.

어제 콜라 병속에 담아온 피라미는 앞개울에서 작은 체로 잡은 것이란다. 개울에 가면 깨진 유리에 발을 베일지도 모른다고 타이름을 줘도 병속의 작은 고기에만 관심이 있다.

며칠 전엔 아이들이 하루종일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찾으러 다녔는지 모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무렵 논 둑길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진달래를 움켜쥔채 오는 거였다. 큰아이가 멀리서 날 알아보고는 반갑다고 엄마를 소리쳐 부른다. 꽃 꺾으러 산엘 갔었다며 활짝 핀 진달래를 내게 준다. 야단치려고 벼르던 마음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얼굴이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5살짜리 둘째를 등에 업고 다신 산에 가지 말라고 겁까지 주었다. 산에서 선주 할머니 산소에 절을 했다는 큰 녀석의 말은 키들키들 웃음까지 나오게 했다. 명절에 제 아빠 따라가서 절을 한 것때문 일거다, 아무 산소에나 절을 했을 녀석의 행동이 밉지 않았다.

큰애는 요즘 숫자를 배워서 달력의 수 읽기에 관심이 많다. 제 이름과 겨우 기역, 니은을 간신히 그릴 줄 아는 것이 우리 집 가정학습의 전부다. 제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동화책을 앍고 신문에서 텔레비전 프로를 찾는 다고 한다, 하지 만 난 무슨 배짱으로 마냥 놀게 놔두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으니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사는 일이 많다.

아이들은 그래서 인지 장난이 심하고 엉뚱한 일들을 많이 하며 논다. 요즘 들어 부쩍 쥐들이 소 사료 부대를 뚫어 놓기에 쥐약을 좋았었다. 마침 약을 먹은 듯한 쥐 한 마리가 마당가에서 비실비실 하니까 녀석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엄마 예쁜쥐가 죽을려고 해요" 불쌍해 예쁜쥐란 말에 t.v동화에서 본 쥐돌이를 말하는 것 같아서 설명하기가 곤란해 졌다.

올 봄에 제 형따라 병설 유치원에 입학한 둘째는 어느 날 철봉놀이를 하다가 떨어졌다. 병원에서 x레이 사진을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막무가내로 울던 녀석이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고 운동화를 찾는다. 어제 제 아빠가 사다준 새 운동화를 사진 실에 벗어놓은 생각이 낫던가 보다. 결국 골절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퉁퉁 부은 다리 때문에 밤새 울며 보채서 모두들 뜬 눈으로 새웠다. 녀석의 그칠줄 모르는 울음 때문에 원장 선생님이 새벽에 들어오셨다."임마 고만좀 울어라" "잠좀 자자"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울먹이는 소리로 이렇게 말 했다"임마 임마 하지마 입맛 떨어져요" 순간 병실은 와~ 하고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 말이 유치원 아이들의 유행어인줄도 그땐 몰라서 버릇없는 아이 때문에 나만 얼굴이 빨개졌었다.

동생의 입원으로 겨우 한 살 위인 말썽꾸러기형은 풀이 죽어 있었다. 평소의 욕심은 어데 가고 동생을 위해 과자의 몫을 나눠놓고 빨리 낳게 해 달라고 기도도 잊지 않았다.
하루종일 흙강아지로처럼 뛰어 놀다가도 저녁이면 t.v 만화 영화 보느라 얌전해 진다. 짖궂은 녀석들 때문에 고물이 되어버린 텔레비전 화면이 흐려지면 몇 번씩 날 불러 잘나오게 해달라고 주문이다.

온종일 지치지도 않았는지 잘 때 까지도 예외 없이 자리다툼으로 소란을 피운다.

큰놈은 엄마 뒤에 ,작은 놈은 엄마 앞에. 젖을 제대로 못 먹은 큰애의 잠버릇이 엄마 등에 손을 넣고 젖먹는 시늉을 하며 자는 것인데 그래도 쉽게 잠이 들지 않으면 다시 일어나 온방을 뛰며 정신 없게 한다.

그럴때면 난 누운 채 작은 소리로 옛날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녀석들이 슬그머니 제자리로 눕고 귀를 세운다.

대개는 몇 번씩 들려준 이야기들이라 앞, 뒤를 꾸며 새로 지어 들려주는데 오늘은 성경의 '아담과 이브"이야길 시작했다.

에덴 동산에 "선악과"라는 커다란 사과 나무가 있었어요. 하나님이 다른 것은 다 먹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선악과는 따먹지 말라고 했어요. 먹으면 죽는 다고 하셨거든 요.

그때 재빨리 큰 녀석이 끼어 들었다. '응 난 안다' ' 무얼?'내가 물었다. "사과에 누가 몰래 농약을 뿌렸지?''
'그렇지?'

아이고, 큰애의 앞지른 상상력에 난 그만 손을 들고 웃어 버리니 제 말이 맞다며 녀석들이 같이 까르륵거린다
오늘밤도 일찍 재우긴 다 틀린 모양이다.

1989. 6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