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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입덧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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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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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5
 

동장군의 심술로 며칠씩이나 혹독하게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문고리에 젖은 손을 대기만 해도 쩍 하고 달라붙는 저녁에 설거지를 마치고 무심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니 한여름의 풍경이 펼쳐지는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TV 문학관이란 단막극인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깊은 산 속에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과 우편 배달부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는 내용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 산 속에 간간이 우체부 아저씨가 오신다 아저씨는 추레하게 늙은 노인에게 아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주고 가곤 하는 것이다. 그날따라 땀을 흘리며 산길을 올라온 우체부에게 노인은 아들에게 하듯 점심을 권한다. 우체부도 마다 않고 작은 소반에 차려진 점심을 먹는데, 그 상차림 이란게 새까만 꽁보리밥 한 그릇과 된장 한 종지 그리고 풋고추 몇 개와 방금 떠온 찬물 한 그릇 이었다. 우체부는 허기진 듯 된장에 풋고추 한 개를 꾹 찍어 어적 어적 맛있게 먹는다.

하필 나는 그때 첫애를 갖고서 입덧이 시작된 무렵이라 통 먹지를 못하던 때였다. 보잘 것 없는 밥상 위의 된장이 그날따라 그렇게 먹고 싶을 수 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이전에 내가 즐겨먹던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군침이 돌던지 그 이후 내 단골메뉴는 풋고추랑 된장이 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덧처럼 입맛이 쓰다. 아무리 시절에 따라 식성이 바뀌었다 해도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이즘이다. 장아찌가 감칠맛 날 때라든지 콩자반이 그리운 건 추억의 한 자락에 숨어있는 어머니의 도시락 반찬 메뉴 이어서 인지도 모른다. 김장김치가 맛을 잃어 가는 초봄에 식단을 차리다 보면 애들 말처럼 촌스런 음식이 더 많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우유회사 광고 문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처녀 같은 젊은 엄마가 에기를 안고서 '내 아이는 달라요' 내 아이만은 특별하다는 얘기다. 대다수 엄마들은 지금도 그런 자부심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세상에 없이 특별한 그 아이들에게 무슨 음식이 유익한지는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페스트 푸드점의 성업과 무관치 않은 아이들의 식습관은 어디서 유래한 걸까?

된장이나 청국장 이야길 하면 코먼저 막는 일을 빈번히 보며 입맛이 씁쓸해진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 해온 발효 음식에 길들여진 것과 가장 한국적인 맛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즐기려 하지 않는다. 된장은 콩을 발효시킨 것이기 때문에 콩의 성분과 오히려 콩보다 훨씬 영양학적. 기능적으로 뛰어난 식품이다. 콩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미량인 기능적 성분들이 훨씬 높아 '완전 식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 된장의 효능으로 항암 효과와 혈전용해효과에 관한 연구들이다.

된장에 들어있는 지방성분이 발암성 물질의 활동을 막고, 암세포를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효소는 콩에는 존재하지 않다가 발효된 후에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혈전용해 요소는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녹여주는 효소이다. 우리 조상들이 민간요법으로 활용해 왔던 '된장의 효능이 연구를 통해 전통음식을 과학적인 식품으로 인식하고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애용해야 할 것이다.

내가 토종 된장을 담그는 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첫아이를 갖고서 입덧을 치루던 그 때의 입맛으로 연유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우린 정월장 담은 것을 꺼내 버무리는 작업을 마쳤다, 몸살기까지 느끼며 고된 일을 마무리해서인지 맘 같아선 장독대에 금줄이라도 치고 장 익기를 기다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나 식품을 보전하고 유지하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랴
때론 고지식해 보이고 미련해 뵈도 그 옛것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이들로 하여 기쁨을 느낀다.

오늘 저녁엔 냉이 몇 뿌리 넣고 한소큼 된장찌개를 끓여볼 일이다.
한 상에 둘러앉은 가족의 사랑도 물씬 풍겨나지 않을까.

2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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