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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장난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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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1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입니다.
부지런한 우진이 할아버지는 논에 걸음을 다 펴놓고 어느새 텃밭에 감자 고랑을 만들고 계시는 군요. 모처럼 일감에서 놓인 날 나도 봄맞이 청소를 할 양으로 배나무 밑에 망초대 죽은 거랑 고추 대 뽑고서 봄 불을 놓았습니다. 내친김에 장독대 앞에 심었던 서광꽃밭에 까지 불을 놓으니 그 연기에서 꽃 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밭두렁 태우다 산불이 자주 나는 요즘이기도 하지만 실은 나도 며칠 전에 사고를 친 적이 있어 남편이 절대 불 놓지 말라는 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입니다. 상습적으로 불장난하는 사람의 심리를 닮은 것도 같고 이상하게 불을 피우고 있으면 맘이 따듯해지곤 하는 걸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해 거름이면 종이랑 쓰레기를 모아 마당 한 쪽에서 물을 데웠습니다. 한 양동이의 물을 따끈하게 데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화덕에서 피어나는 불꽃과 사그라지는 사물의 모습을 보는 것과 그리고 알맞게 더운물에 개구쟁이 녀석들을 목욕시키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굳이 불을 때서 물을 데우지 않아도 되었는데 일부러 그 시간을 즐긴 거 같습니다.
며칠 전에 사고도 사실은 별일 아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얼마나 가슴 뜨끔하던 지요.
쓰레기 태우는 통이 그날따라 재로 가득했어요. 재를 쏟아 버리기엔 내 힘이 벅차서 그냥 배나무 밭 가장자리에서 자질구레한 종이들을 태웠었죠. 불꽃이 다 잦은 것을 보고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쯤 지나 밖에 나오니 고무 탄 냄새가 나는 거예요. 나는 속으로 어떤 사람이 저렇게 고약한 것을 태우나 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창고 뒤로 가보니 아까 내가 놓은 불 자리에서부터 풀들이 타 들어가 우리 모터 집을 다 태우고 꺼진 것을요. 샘을 팔 때 깊이가 깊어 제트모터를 달고 조립식으로 집을 짓고 안으로 밖으로 보온덮개를 씌웠는데 다 태우고 흔적만 남았습니다. 내가 방에 있는 두시간에 그 불길이 산으로 갔으면 어쩔뻔 했냐구요. 순식간에 다 녹은 모터를 갈려니 백만원의 손해가 난것입니다. 우리 남편 불그락 풀그락 난리가 났고 절대 불장난하지 말라는 경고가 발령되었습니다. 내가 언제 불장난을 했냐구요. 그냥 불을 놓은 것이지. 억울하지만 난 불장난 잘하는 여자로 그냥 낙인이 찍힌 것입니다. 기왕 별명이 붙어버린터에 정말 찐한 불장난한번 해 볼까요? 아무래도 봄을 타는가 봅니다.
2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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