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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촌댁의 신혼일기(1)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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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7
 

눈이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는 들었다. 그러나 아침 창밖에 풍경은 온 세상을 마술처럼 만들고도 하염없이 눈송이를 흩날리고 있어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있었다. 삽시간에 절해 고도가 되어버린 외딴 목장은 그야말로 적막하기 이를 데 없고 난 다시 고요 속에 혼자 가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엔 이런 고요가 얼마나 행복한지 방 안 가득 책들을 펼쳐놓아도 되고 소설 속으로 빠져 늦은 점심을 물 말아먹어도 맛있었다.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계속되더니 어느 샌가 무기력증에 빠져드는 것같았다. 라디오 없으면 종일 사람말소리도 들을 수 없는 외진 골짜기에 내가 유배라도 된 듯한 외로움이 진하게 묻어오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친구들 생각에 목이 메이고 점점 말수 가 적어졌다.

운동장 한쪽을 막아 놓은 송아지 우리에서 점심때 우유를 먹이는 일이 그중 행복한 시간이었다 할까.
사슴처럼 예쁜 눈을 한 얼룩송아지는 정말 내가 제 어미인줄 알고 있을 만큼 내 모든 행동에 반응을 나타냈다. 자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내 발자국 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나나를 쫓아다닌다. 젖소는 수컷을 낳으면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내에 육성우 하는 목장으로 팔려나간다. 갖 낳은 송아지를 어미 소가 하듯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따듯한 곳에 놓고는 초유를 짜서 유우병 에 담아 먹인다. 꼭 엄마가 아기에게 하듯 .

목부 할아버지는 언제나 나를 애기라고 불렀다. 젖 짜기 를 끝내고 가게 방에서 소주를 드신 날은 주머니에 과자나 사탕을 넣고 오셔서 내방에 슬그머니 주고 가셨다. 나도 그분을 시아버님 같은 느낌으로 대했지만 어른이시라 많이 어려워했었다.

친정에서도 에기처럼 살았는데 시집을 왔다고 달라질 것 은 없었다. 도무지 왜 결혼을 한 건지 모를 만큼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은 날이 많았다. 꿈에선 늘 할머니가 날 깨우고 난 어스름한 새벽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것처럼 강박감에 시달렸다.
내가 선택하고 많은 반대와 우여곡절 속에 결혼을 했지만 무엇을 위해서 부모님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까지 결혼을 한 건지 점점 미궁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불같은 사랑이었을 가?
운명이었을까 ? 아마도 곁에 친구들이 라도 있었다면 많은 위안이 되었을 텐데, 뚝 떨어져 아는 이 한사람 없는 곳에 와서 낯가림이 이었을 가? 그 무렵 난 혼자서 많이 앓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3년이 지나도록 계절의 변화와 날씨에 따라 창가에 서는 날이 많았으니까.

이제 와 생각해보면 맘에 준비도 안된 갑작스런 결혼이 혼란을 일으켰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그때의 22살 나이라면 과연 결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가 반문이 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이 맞다.
친구들이랑 공부도 더 하고 , 하고픈 것들도 다 해보고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해도 하나도 늦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난 믿는다
내 선택이 그땐 불확실했더라도 이렇게 알콩 달콩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 남은 생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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