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산촌댁의 신혼일기(2)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27:21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10
 목장에 봄이 찾아왔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엔 영영 봄 이 올 것 같지 않더니 산골이라 봄이 젤 먼저 온 것 같았다. 먼발치 태술 이네 담배 하우스에 사람들이 보이고 걸음을 실어내는 경운기가 목장 앞을 연신 지나간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며 얼마나 기다려온 봄인지. 노루꼬리 만큼 씩 길어지는 저녁 햇살이 그렇게 반가웠다.
목장 뒤쪽으로 아랫마을 창승이 총각네 밭인데 거기에 마늘을 심었다며 어느 날 마늘 덮은 짚을 불태우고 있었다. 난 속으로 마늘 싹이 불에 탈까 걱정이 되는데 아마도 그렇게 해야 마늘이 잘 크는 모양이었다
산더미 같던 엔스레지 토굴이 점점 비어 가면서 시큼 비릿한 옥수수 대궁 냄새가 봄바람에 실려왔다. 염분이 조금 가미된 엔스레지는 겨울철 젖소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조사료 다. 건초는 적게 말려두더라도 더운 여름날 몇날 며칠이고 실한 옥수수대궁을 기계로 썰어 땅속에 저장하는 겨울 식량이다.

겨울에 태어난 송아지들의 엉덩이에 살이 제법 오르고 이젠 울타리를 제 맘대로 뛰어넘어 천방지축으로 노니는 놈들이 말썽이었다. 어쩌다 울타리를 탈출한 송아지들은 창승이 총각에 마늘밭을 전용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파릇파릇 올라오는 마늘 대궁을 사정없이 짓밟은 다음에야 겨우 우사로 몰아 들이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렇게 봄이 무르익어 가는 날, 난 봄을 맞은 기분으로 샛노란 솜털 병아리를 30마리나 사고 말았다, 송아지 울음소리, 병아리 삐약이며 노니는 소리, 마당의 사료 먹으러 오는 산까지 까지 자연과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풀죽어 지내던 겨울에 비하면 얼마나 산골 사는 풍경이 행복하던지 그렇게 서서히 목장 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느 날 보니 창승이총각네 마늘 싹이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봄내내 우리 송아지들이 짓밟아서 그런가 하고 속으로 얼마나 미안하던지. 천여평이 됨직한 마늘밭이 몽땅 병에 걸린 거였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남편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자 기야 옆집 마늘이 다 병들었어 . 손해 많이 볼 것 같아 " 하자 며칠 있으면 캘텐데 무슨 병에 걸려 하는 게 아닌가" 마늘을 캔다고? 가을에 캐는 게 아니고?
난 그때까지 모든 것은 다 가을에 수확하는 걸로 알고 있을 만큼 젠병이었던 거였다. 세상에 유월에 마늘 캐는 거야? 고구마처럼 가을에 캐는 게 아니고?

까뮈의 이방인이란 제목이 자꾸만 떠오르는 봄날이었다.



프린트하기

하얀세상 2005.09.11-09:01 | 수정 | 삭제
산촌댁 맞아
뭐든지 가을에 수확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나하고 똑 같은데
그래도 산촌댁은 농사일을 하잖아
마늘 수확을 그때 하는줄 나도 처음알았네
사람은 배워야 산다니까 내가 모르는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내가 문제라면 문제지
산촌댁이라고 만물 박사인가
일요일 아침 웃음이 살짝 나오네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