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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가 만들기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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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2
 내가 다니는 길 위로 기차가 다닌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꿈길처럼 가끔 기차가 지나는 모습과 마주치게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기차가 지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기차를 타고 느끼는 풍경이 사뭇 다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를 보면 막연히 여행을 떠올린다.
내가 어렸을 때도 방학만 하면 엄마와 외가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탔었다.
이천의 유산리역 에서 기차를 타면 수원을 거쳐 동인 천까지 경인선 열차를 하루종일 타고 가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산골 마을을 벗어나 엄마와 함께 나들이를 하기 때문이었다.
이모가 촌놈이라고 놀리긴 했지만 외가에 한번 다녀오면, 내모습은 서울내기로 변해 있었다. 엉덩이까지 길게 땋고 다니던 머리를 자르고 예쁜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내가 봐도 모르는 공주 님처럼 보였으니까.
엄마가 우릴 데리고 친정나들이를 하셨듯이 이젠 내가 다큰 아이들을 태우고 친정엘 간다
녀석들이 어렸을 땐 나들이도 얼마나 힘이 들던지, 그래도 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연년생 아이들 데리고 겨우 일년에 한두 번 친 정가는 것에 늘 목말라 했다.
작은 아이는 등에 업고 두돌도 안된 큰애의 손을 잡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그렇게 세 번이나 갈아타는 직행 버스를 타고 친정엘 갔다. 지루한 버스에서 한 녀석이 울 기도하고 한 녀석은 세상모르게 자고 있고 , 버스를 갈아탈 때마다 잠속에 빠져 흐느적거리는 큰애를 억지로 깨워 세우고...
그렇게 하루종일 파김치가 되어 친정에 가면 낮선 분위기에 큰놈은 아빠한테 가자고 울고 작은 놈은 화장실도 못 가게 내 치마꼬리를 붙잡고 낯가림을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그런지 맘이 편해서인지, 쏟아지는 잠 때문에 밤낮 없이 자고 또 잤다. 얼마나 힘들면 잠만 자느냐고 아버진 잠든 내 머리맡에서 엄마한테 속삭이셨단다. 엄마는 한시간이라도 편하게 자라고 슬그머니 한놈 등에 업고 한놈 걸리고 마을을 몇 바퀴 돌아 오셨다. 엄마한텐 나도 아이로 보이는데 아이 둘 딸린 어린 딸로 인해 속이 타신 다며 애를 끓였다.
내 아이들은 외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터라 별반 다를 것 없는 환경 때문인데, 유독 할아버지의 사랑이 지극했던 것은 지금도 변함 없이 이어지니 기억하리라.
이다음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커서 우리 집을 찾을 땐 난 어떤 할머니가 되어있어야 하나. 내가 결혼해 처음 심은 감나무에 대해 말해줄까. 마당 가득한 독들의 속삭임도 들려줘야지. 평상에 앉아 친정엄마가 그랬듯이 봉숭아물을 들려주며 할머니의 어머니 이야길 들려줄까

마당가 잔디에서 사는 방아깨비도 보여주고,. 울타리 에 심은 호두나무며 모과나무의 가을열매를 보여주리라 . 꼬물락 거리며 자라는 날 닮은 아이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쏟으며 늙어갈테지.
머지 않은 장래의 일들이 꼬리를 길게 물고 달리는 기차를 볼 때마다 영상처럼 밀려와서 난 행복한 외가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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