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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픔의 끝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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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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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5
 

겨울 답잖케 한낮의 햇살이 포근하다고 느끼는 오후 이 장님의 방송 멘트가 비학골 골짜기에 퍼져왔다. 누군가 영안실에 안치되었다는 말만 들렸는데 우리 마을엔 연세 드신 어른이 참 많이 계셨다. 시름시름 하시던 분 중의 한 분 일거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우진이 할머니께 여쭈어보면 된다고 하던 일을 마무리 할 요량 이였다. 그런데 다시 방송이 이어진다. 연규광이가 자동차 사고로 영안실에 .... 아! 나는 내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규강이가?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다니 아직 솜털이 보송한 앳된 청년이 죽다니. 가슴한 쪽이 눅신하도록 아파 오고 혼절했을 규광이 엄마가 더 애틋하게 생각되어져 일을 할 수 가 없었다. " 어쩌면 좋아 " 어떻게 해 " 나는 마치 내 일 인양 좌불안석이 되어 도무지 맘을 추수를 수가 없었다.
그 형님은 결혼해서 늦도록 자녀가 없어 불공을 드리고 맘 고생을 많이 한 후에 첫 아들인 규광이를 얻었단다, 얼마나 예쁘고 귀염둥이인지 마을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기른 아들이었다. 정말이지 인물이 빼어나 누가 봐도 귀공자 타입인데 사춘기에 접어들며 좀 어긋난 행동으로 적잖이 형님 가슴에 못을 박았던 아들이었다. 이제 철도 들고 맏아들이라 엄마 맘도 잘 헤아리는 곰살맞은 청년으로 성장했는데 죽다니...
영안실 한 귀퉁이에 정신이 반쯤 나간 형님이 불쌍한 우리 아들소리만 염불 외듯 토해내고 있었다. 이런 것이 지옥일거라고 생각되었다 . 지금 저 형님의 온갖 세포들은 아들에 대한 연민과 집착으로 부르르 떨고 있을 터였다.

새벽에 집으로 오던 차가 다리 밑으로 떨어져 아무도 발견을 못하고 아침에서야 사고 소식을 접했단다. 지나는 차들이 봤다면 살았을 것을 퉁겨져 나와 얼어죽었다니 , 그래도 정신을 놓지 않고 아들을 부르고 있는 형님을 붙잡고 나는 하나님 만 부르고 있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될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이 슬픔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몇 년 전일이다. 가깝게 지내는 교우의 집에 불행이 닥친 건 주일날 저녁이었다. 평소에 신앙이 깊고 재능이 많아 교회 봉사를 잘하는 집사 님이 하필이면 주일날 친목회 계원들과 초평 저수지로 물놀이를 가게 되었다. 저수지가 깊고 위험해 남편들이 한 명씩 보초를 서면서 아이들을 지키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교우의 남편이 아이들을 살피고 있을 때 친분이 있는 사람을 거기서 만난 거였다. 잠시 인사 겸 자리를 뜬 사이에 집사 님의 큰아들만 안보이더라는 거였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나중에 물 속에서 건졌는데 병원에 가는 사이에 이미 숨을 거둔 거였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때다.



말로 할 수 없는 고통 , 그것 때문에 어미마저 걱정이 되어 식구들은 자꾸 진정제를 먹여 재울 수밖에 없었다. 잠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는데.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린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금방 따라 죽을 것 같았던 그에게 놀라운 생각의 변화는 신앙 때문이었다. 밤낮으로 하나님께 떼쓰며 울었다 했다. 어떻게 사랑하는 아들을 내게서 빼앗을 수 있느냐고, 내가 믿는 하나님이 그런 분이었냐고 이제 절대로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포악한 말로 하나님을 원망하며 죽고 싶어하던 날 꿈에 아들이 보이는데 사랑이 넘치는 한 분의 품에 아주 평화롭게 안겨서 엄마를 바라보더란다. 그리고 귓가에 이렇게 들리더란다. 네가 보고파 하는 아들은 내게 맡기고 네 사명을 다하며 살라고. 그 꿈을 꾸고서 나서야 슬픈 생각이 바뀌어 기쁨이 되더라며 이전보다 더 행복한 웃음으로 살고 있다.

지금 땅이 꺼질듯한 그 고통도 시간이 흐르며 맘을 추스르게 되면 좀 위로 가 될까 싶어 같이 교회에 가보자고 권면 하려 한다.

때로 세상에서 줄 수 없는 평화가 거룩한 성전이나 기도 중 골방에서도 체험할 수 있으니까.


슬픔의 끝은 결국 행복일거라고 그렇게 위로 해보며 말이다.
2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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