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사랑 ,나의일.
상큼한 새벽공기가 숲으로부터 불어오는 이른 아침은 하루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어느새 논두렁을 한바퀴 돌고 오시는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에서 풍요로운 가을을 느끼며 나는 지난밤 물에 담가 놓아 토실 해진 콩을 삶기시작함니다.

불을 지핀 지 몇 시간 지나면 온 마당은 콩삶는 냄새로 가득하고 산비둘기 몇 마리 마당 끝으로 마실 을 옵니다. 마음까지 이렇게 풍요로워 지고 내 하는 일에 만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남편과 나는 결혼할 때부터 큰 욕심 없이 사랑하며 농촌에서 살 것을 약속했었습니다. 처음엔 젖소를 기르고 유우를 짜는 목장 일로 재미있게 일했는데 소값 파동 이나 우유파동 그리고 수입사료먹이는 우리의 낙농이 전망이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결단을 하고 직업을 바꾸게 되었는데 농촌에 살면서 딱히 수입이 안정적인 일이 의외로 없었습니다.

자연과 하나되어 욕심 없이 살자던 약속은 희미해져갔고 무엇을 하던 신명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넓은 터에 종류대로 유실수를 심고 무엇을 할것인가 여러 가지 고민해 봤지만 터전은 농촌이라 해도, 생활은 도시인처럼 살아야 했으므로 커 가는 아이들이나 우리부부의 노후가 걱정이 되어 늘 가슴한 쪽이 비어있어야 했습니다. 그 무렵 남편은 집에서 재배한 도라지나 더덕을 가지고 맛있는 차 만들기에 관심이 있었고 우리 고유의 음식 맛보기에 남다른 미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리 된장을 먹으며 이렇게 정성과 맛을 드린 장을 담아 판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미 유명한 된장들이 수없이 많고 대기업에서 날마다 새로운 마케팅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때에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맛에서 승부를 걸면 오래지 않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욕심 없이 시작하고 그리고 처음의 이 맛을 유지한다는 목표로 메주를 쑤고 장을 담았지만 그 다음 판로가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알아주는 이가 없었고 왜 그리 된장 담는 사람들은 많은지 하루 하루가 산 너머 산이었습니다. 결국 우린 발로 뛰는 마케팅에 승부를 걸고 날마다 대도시의 아파트단지를 공략했습니다. 청국장을 쑤어 된장 사는 사람들에게 덤으로 주기도 했고 내가 직접 만든 된장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입소 문으로 우리 된장을 찾는 사람이 생기고 청국장을 분말로 판매할 무렵 방송에서는 우연히도 청국장이 히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된장을 판매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에 고객으로 오셨던 분들이 계속주문을 하시고 우리가 만든 제품에 만족해하실 때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일이 힘겹고 고달파도 우리 전래의 것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과, 멀리서 가까이서 맛을 인정해주시고 찾아오시는 고객을 맞으며 나는 요즘 행복한 농촌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초심을 잃지않겠다는 다짐과 더욱 연구 노력하여 인정받는 맛의 대가가 되고 싶고 어려울 때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우리의 농촌지킴이로 살아갈 것을 약속해 봄니다. 2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