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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샘파기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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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9
 

우리 집에 먹는 물은 지하수다
산골의 집들이 대부분 개인의 우물물을 먹고 있지만 대체로 그냥 물맛이 좋거니 하고 들 산다. 그도 그럴 것이 병풍처럼 둘려진 산자락에 터 고르고 살고 있는데 오염된 물이라 상상이나 하겠는가?
농약 병이나 쓰레기 태운 자리가 논두렁 어딘가에 한두 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오염까지 상상할 정도는 아니다.

엊그제 우리도 십여전 전에 파서 여태 먹었던 샘을 교체하기 위해 기술자를 불러다.
그분들은 무슨 일에 바빴는지 해가 설핏 진 어둠한 무렵에 와서는 땅만 보고도 물 자리를 대충 안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비학골은 예전부터 온 마을 사람들이 먹던 마르지 않은 샘이 있던 곳이다. 물이야 많겠지만 지형적으로 땅속에 불소가 함유 된 것 이 문제 였다.
남편과 샘파는 사람과의 사이에 여러 조건들이 제시되고 결국 샘을 파 보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런데 차를 나르며 간간히 들려오는 기술자의 목소리가 예사롭지가 않은 거다. 목소리하며 말하는 억양하며,,, 아 나는 단번에 DJ 배철수를 떠 올렸고 외모까지도 흡사 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부엌에서 듣고 있으면 분간를 못 할만큼 닮았다.

이후로 난 그 분을 배철수 아저씨로 불렀고 아침 일찍부터 굉장히 큰 장비들이 들어 왔다. 먹는 물로서 최상의 조건이 아니면 다시 물 자리를 메워줄 것이며, 우리의 조건에 맞으면 350만원에서 500만원이라 했다. 기술자를 부른 우리나 기술을 제공하는 그분이나 약간의 모험을 걸고 시작한 일이었다.

예전부터 물 나는 곳을 샘터라 했고, 바가지 샘부터 두레박 우울까지 다양하게 거쳐 오늘 버튼만 누르면 , 아니. 버튼 쪽으로 손만 가져가도 물이 나오는데도 우린 그냥 입에 편하게 샘이라 부른다.
내 어릴 때 우리 집 앞에도 두레박 우물이 있었다. 해마다 정월이 되면 마을 아저씨들이 풍물패를 만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징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집집마다 돌면서 액운을 없애고 만복을 기원했는데 , 예의 우물가도 비켜갈수 없는 소중한 장소였다. 우물을 빙빙 돌며 약간의 취기가 있는 상쇠 아저씨의 "뚫으셔 뚫으셔"소리만은 또렷이 들렸던 것 같다, 나머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풍물패 끄트머리쯤엔 우물가에 사는 병호 아버지가 휘청거리며 신명나게 춤추던 것을 기억한다. 샘을 신성시하기도 했고 터부시했던 것은 맑은 기운을 유지하려던 어른들의 지혜 이었을까?

앞으로 삼사흘 더 배나무 밭에 샘파기는 이어질텐데 아침부터 겨울비가 오신다.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려는데 배철수 아저씨가 와서는 "오늘 일이 순연 되었습니다" 하며 방송 멘트 하듯 하시는 게 아닌가
게다가 45도 각도로 인사를 하며 낼 뵙겠습니다 하는 터에 난 몸둘 바를 모르고 예~라고 만 대답했다.
물줄기를 에어로 뚫으며 자기 기술과 합해 꼭 맛난 물을 드시게 하겠다는 배철수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물 나오듯 글을 퍼낼 수 는 없을까 하는 가당찮은 상상을 해보며
점심 준비하려던 생선들을 주섬주섬 냉장고에 넣고 있었다.

2003.2

최종 수정 시각 : 2003.02.09 09:13:49

추천 반대

조용복 : 맑고 깨끗한 샘물펑펑 솟아나와 전통 장맛 더욱 맞있게 하혀 주길 빌어봅니다 (02/10 10:33)
소윤 : 네 그럴것 같아요~~~~~
샘물이 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군요. (02/10 16:43)
조용복 : 괴산이 산좋고 물맑은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님이 계신곳도 물이 맑고 깨끗하겟지요? (02/11 14:03)
소윤 : 당근임니다^^* 약수가 나는 곳이지요. 그래서 밥도 푸르스름하고요. 그리고 제 피부가 백옥같다는 전설이 있는데 ...믿거나 맑거나, 순전히 맑은 물 탓임니다. (02/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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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세상 2005.09.11-11:14 | 삭제
우리네 사는동네에서 청정 맑은 물이 나오는데다 몇이나 될까요.
소나 돼지를 기르는 동네가 가장 심한 오염물이 나온다는 것은 데이타가 말해 주는 자료를 많이 보았습니다.
샘물을 파는 사람이 맑은 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맑은 물은 우리네 인간들이 이미 만들어 놓고 만들어 가야 하는것이 아닐까요.
불소가 들어 있는 물이 장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 확실히 모르지만 좋은 물로 담근 장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지요
맑은 샘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만큼 산촌댁의 마음도 맑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5.09.17-10:41
그렇군요. 샘파는 사람들이 맑은 물을 주는것은 아니지요 .먹을 수 있게 도구를 제공해 주는 거지.
그후로 물이 참 좋아서 시내에서도 우리물을 떠가는 분이 많습니다. 좋은 물 좋은 공기
하나님 선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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