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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학골 봄소식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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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2
 장독뒤 앵두나무에 드디어 봄이 마실 나왔다.

겨우내 추위에 떨던 가지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꽃망울을 달고 있고, 어느새 순해진 햇살이 볼을 스친다.

난 이봄을 위해 해야할 일들을 깨알같이 적어 놓았다. 화단엔 제일 먼저 채송화 씨를 뿌릴 테고, 뒤뜰엔 아욱이며 쑥갓을 골고루 심을 거라고. 그러나 아직까지 김장독도 꺼내 놓지 않을 만큼 게으름만 피웠다. 우사옆 양지쪽으로 길게 누워 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이 나른하다.

무료해진 한낮에 방에만 있을게 아니라 냉이나 캐자고 호미를 들고나섰다. 어느새 그을린 논둑 밑으로 어린 쑥이 고개를 내 밀었다. 먼 산엔 잔설이 허옇고 들바람은 제법 차가운데.... 뿌리 실한 냉이를 캐내면 코끝으로 봄 향기가 느껴진다.

내 가 밭둑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니 전깃줄의 까치도 덩달아 흥겨운가 보다. 까치는 영리하기도 해서 계절을 미리알고 집 짓기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깍깍' 거리며 부산을 떠는 터라 아이들이 늦잠을 못 잔다고 짜증이다. 신선한 아침을 열어주는 까치소리로 내 마음은 늘 평화로운데 말이다.

비학골 산자락에 터를 고를 땐 이런 즐거움까지 기대했었던가. 비가 오시는 날엔 물안개가 자욱히 산허리를 감고 있고, 적당히 몸을 푼 햇살이 퍼지면 알몸을 조심스레 드러내는 모습이 참 신비롭다. 날씨에 따라 그윽하게, 때론 정겹고 화사하게 내곁에 다가서는 비학골 골 짜기.

아침마다 숲속에 대장간을 연 것처럼 온갖 새들의 부지런함이 있고, 싸리곷 향기가 부엌까지 스며들어 나는 또 작은 행복에 젖곤 한다.

이곳에 집을 짖던 그 해 봄에 장날마다 찬거리는 뒤로하고 꽃나무만 사다 심은 것이 제법 울타리가 되었다. 앵두나무는 다닥다닥 수선스럽게 꽃을 피우고 , 목련은 제멋에 겨워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배꽃은 또 어떤가 은은한 달빛에 젖어 가닭없는 눈물을 머금고 있고, 뒤뜰의 터주대감 감나무는 꽃목걸이 하라고 제살을 떨군다.

우리 집 큰애가 초등학교 3학년때 회초리 만한 묘목을 심었는데 제법 우람하게 컸다. 큰애도 이젠 어깨가 벌어지고 콧수염이 거뭇해 졌으니 이곳 비학골 산자락에 터 골라 지은 작은 집에서 내 아이의 나이 수만큼이나 봄을 맞이했다.

그 화사한 봄의 향기에 취한 나날이 내 삶의 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오늘밤엔 인천에 있는 친구들에게 주절이 봄이야길 편지로 할 것이다.

아! 이 비학골 골짜기의 봄 오는 소리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창열고 소리를 볼 수도, 물오른 살구나무에게 속삭일수도 없는 이 향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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