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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장
작성자 공병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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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1-13 2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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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6

가을은 갑자기 찾아온 겨울에 밀려 시나브로 사라져 갔다.
단풍 곱게 물든 갑사 가는 길을 걷고싶었는데.

이제 어머님의 김장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김장 준비를 해야했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주부의 김장을 끝으로 동면의 겨울을 맞아도 걱정없잖은가.
큰댁 밭에서 뽑아온 속 덜찬 배추 50포기. 배만큼이나 달콤한 무 우 30개. 동치미랑 총각김치는 먼저 추위에 했으니 내일은 배추김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도 따지 않고 보기만 했던 감을 오늘은 작은놈 앞세워 모두 땄다. 모과도 한아름 꿀에 재워놓고 그리고 남편은 항아리를 뒤꼍에 묻었다,
김치 광이 세워지기도 전에 슬그머니 김치 냉장고 하나 있으면 했다가 보기 좋게 설교만 들어야 했다. 돈도 없지만 자연의 보관 창고가 있는데 어디에 해당하는 김치 냉장고냐고.
맞는 말이다 , 하지만 김치 광에 드나들 때마다 볏짚이 머리나 옷에 묻지 않도록 잘 지어야 한다고 몇 번씩 부탁을 했다. 신통찮은 솜씨로 지어놓으면 난 겨우내 짜증을 낼 거라면서.

장수 아저씨 생각이 또 났다, 그분의 솜씨는 어느곳 하나 손댈일 없이 맘에 쏙 들게 일을 하신다. 그렇게 아까운 솜씨를 가지셨는데 더 좀 살으셔야 했는데.

낼 배추 속에 넣을 소를 준비하는데 사실은 남편이 거의 다 한 거나 마찬가지다. 채 썰기부터 마늘 생강까지. 별로 자상한 편은 아니지만 곧잘 그런 일을 거들어 준다.

아침에 분주히 전화를 돌렸다. 울보 님도 부르고 ,수올도 부르고 그리고 청주로 이사간 신애 집사 님 한테 까지 나 김장한다고 광고를 했다. 내가 아침밥 지을 때 사실은 남편이 이미 배추를 다 씻어서 채반에 가지런히 놓은 후 이었다. 그러나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우리가 모여서 밥 한끼 다정하게 먹을 수 있을까 싶어 그냥 무조건 오라고 한 것이다.

텃밭에서 뽑은 튼실한 골 파와 갓김치를 버무리면서 나림씨 따라온 미정 씨는 연신 맛있다며 풋내 나는 갓김치를 맛보고 있었다. 올 겨울 보은서 사온 밤고구마랑 썩 잘 어울릴 김치니까 아무 때나 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어머님은 식성이 매우 까다로우신 분이다. 그래서 어머님 드실 김치는 마늘 생강만 넣고 소금으로 간한 후 벌써 땅속에 묻어 두었다. 보기엔 맛이 별로 일 것 같은데 늦은 봄 에 절인 김치 같은 그 맛도 맛깔스럽다. 내 생각으론 며칠 더 있다 하려고 굴이나 생새우를 준비 못했는데 그럭저럭 있는 재료로 항아리 네 개에 가득 김장을 했다.

청국장과 갓 무친 겉절이로 금방 밥을 지어서 먹는 맛이 꿀맛 같다. 이러다 체중이 불어날까 걱정이 되면서도 누룽지 끓인 것까지 우린 포만감이 들 때까지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김장을 하는 것도 열 번만 하면 우린 할머니가 돼 있을 거란 말에 모두들 웃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김치 냉장고 들여놓고 원하는 것은 김치 공장에서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우리도 서울로 판촉을 갔을 때 시장에서 산 햇반과 김치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먹을 만 했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한 두 번 먹을 일이지 내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위한다면 정성이 깃든 식탁을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어제 재워논 모과 차를 마시며 일년의 행사중 마지막 일을 마친 것 같아 홀가분한 맘으로 맛나게 익어줄 김치를 기다려 보아야 겠다.

겨울에 오는 손님이 계시면 고구마 찌고 김치 광에서 금방 꺼내온 동치미랑 갓김치를 꺼내 아주 소박한 산골의 새참을 드려야 하리.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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