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추수 감사절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4:28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17
 

추수 감사절 올해도 어김없이 성전 소 강대상에 갖가지 제물이 올라와 있다.

수수목부터 땅콩에 이르기까지 곡식과 또, 앙증맞은 지게 위에 온갖 과일들이 탐스럽다. 연출한 솜씨가 신집사님이지 싶다. 그렇게 애써 가꾼 농산물을 올려놓고 신전에서 제사 하듯 우리는 추수감사절기 예배를 드린다.

우리나라 전래의 추석이 절 기상으론 햇곡식이 나는 때라 추수감사절 에 어울릴 듯 한데 교회 절기는 서양식이라 좀 늦은 감이 번번이 든다. 이미 햅쌀로 밥을 지은 지가 언제 인데.. 목사님의 설교 가 아니더라도 비바람과 태풍을 잘도 견딘 우리 곡식을 놓고 감사로 여는 예배는 언제나 눈물 고이게도 감격적이다. 여기는 산골의 교회라 논농사도 짖는다.

올 봄 너무 힘주어 꽂으면 금방 갯벌 같은 논 속에 파묻히는 어린 모를 올해도 나는 심어봤다. 아직 발시린 논 가운데서 덤벙 덤벙 빠지며 모를 심다가 손에 쥔 모다발 속에서 지렁이가 꿈틀거려 기겁을 하고 논둑으로 달아난 게 전부 이었지만. 좌우지간 나는 모내기 하는 날 유유히 돌아다니는 거머리핑계로 논둑에서 줄반장 도 하고 할미꽃 속에 둘러 쌓여 성큼 성큼 모를 꽂는 김집사님을 놀리며 모내기에 참가했었다.

나풀나풀 잘 자라는 벼를 바라보며 흐뭇해 하다가 태풍에 바다가 되어버린 논둑에서 속을 끓이기도 했고 , 배밭 고랑에 하얗게 열매가 나뒹굴 때도 얼마나 설워했던가 배꽃 잔치 끝난 뒤 몇 번의 꽃 따기와 열매 솎기를 해서 제법 잘 자라다가 겪는 이런 천재지변으로 얼마나 실망뿐이었었나 어설픈 농부의 맘에도 이 감사절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찬 다.

유기농 농사라 논 가운데는 메뚜기가 뛰고 그 쌀로 만든 떡을 떼며 교육관에서의 만찬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도 까르륵거리며 웃다보면 모두 끝나고 오후 예배 마치면 강대상위의 머리통 만한 사과며 배 그리고 곶감에 이르기까지 한줌씩 쥐고 즐거워했다.

예배의 방법이야 다르겠지만 손수 지은 농산물로 드리는 산골의 추수 감사 예배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 같은 시간과 , 똑 같은 햇빛과 비를 통해서 생명을 가꾼 우리 의 삶이 때론 곤 고해 보여도 아니 초라해 보여도 이 가을 내 살과 같은 가을걷이를 보며 가장 부유하게 생각되지 않는 가 하여 더욱 큰 은혜를 입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주일 감사절 같은 맘으로만 산다면 크나큰 축복이지 않을는지. 2002.11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