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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행선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4:02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15
 

비 온 뒤의 여린 나뭇잎이 배냇저고리 속의 아가 손 같이 여리다.
봄이 잦아들면 휘파람새의 목소리에 쇳소리가 보태진다. 도무지 새소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소리로 밤새워 휘~ 휘~ 휘파람을 분다. 아이들 말처럼 귀신 소리 같아 소름이 돋을 때 도 더러 있다. 달포가 넘도록 저 새소리 뒷산에서 들려오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개구리가 합창을 한다. 논에 못자리가 아름아름 뿌리를 키우고 제 살 논으로 분가 할 때쯤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소리들.

산골의 바람 속엔 생명을 키우는 무엇이 숨어 있길래 날마다 꽃들을 피우고 지울까?
장독대 뒤로 배꽃들이 소리 없이 꽃잔치를 벌이는 황홀한 날인데도 우린 때때로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기를 소진한다. 밥상을 물린 후 둥글 레 끊인 물을 내놓았다. 요며칠 비가 내렷길래 물을 끓인 것인데 남편은 끓인 물이 못마땅하고 난 그 물이 숭늉 같아서 좋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콩밥을 남편이 싫어한다는 데서 이질감을 느꼈었다. 여름이면 삼계탕을 즐겨먹는 친정의 식성과 전혀 입에도 안대는 시댁의 식습관이 여름을 더 덥게 했다. 보쌈이나 수육 같은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나와 무조건 양념한 육류를 먹는 남편의 식성이 번거로웠다. 옷의 색깔이나 취향 ,생각들이 일치하는 부분이 점점 많아져야 하는데 엇갈리는 게 신기했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찰떡 궁합이라고 말들 한다. 약혼식날 모두들 그랬다. 오누이 같이 닮아서 잘 살 거라고.

신혼살림을 차리고 둘이서 대학로 서점에 간 일이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첨보는 날보고 오빠랑 자취하느냐고 묻는다. 부부라고 했더니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오누이 인줄 알았단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자라온 환경이나 구조가 다르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20여년 살고 있으면 서로 닮는 구석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둘이서 장시간 외출이라도 할양이면 나는 은근히 긴장한다.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도 못마땅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주 음악을 틀어도 달가워않고.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면 나중의 결론이 달라서 지례 말을 줄이게 된다. 간간이 여행길에서 만나는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처럼 그렇게 늙도록 사랑하며 살고 싶은데 우린 서로에게 자기만 알아 달라고 애쓰며 살았던 것 같아서 나 자신이 싫어질 때도 많다,

어느해 인가 마을 어른들이 함께 하는 서울 고궁 나들이를 갔었다. 5월의 해는 등줄기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데 안내에 동행한 젊은 연인들은 온종일 어깨를 보듬고 다녔다. 등급은 시골의 어른들보다 내가 더 민망할 정도였는데 나는 내내 한평생 그렇게 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거냐며 남모르게 한숨을 지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엔 사랑하면 다 해결될 것 같았던 시시한 것들이 살면서 자꾸 걸림돌이 되었다.
남편 친구의 영안실에서 꾸역꾸역 국밥을 넘기며 원 없이 사랑해야지 했던 눈물 속의 고백은 어디로 숨었나 보다

솔로몬 왕이 사랑하는 술람미 여인에게 고백한 구절이 이렇게 시작된다.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나의 사랑하는 자야 너는 빨리 달리라 향기로운 산들에서 노루와도 같고 어린 사슴과도 같아여라.
구절구절 사랑이 묻어나는 시여서 아름답다.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 했는데 오늘도 나는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남편을 향해 궁시렁 궁시렁 못마땅한 사설을 늘어놓고야 만다.

부부란 같을 곳을 향해 바라보는 것이지 서로 마주 보는 사이가 아니란다. 영원히 평행선이면서 끝까지 함께 하는 영원한 동반자란다.
그 평행선이 때론 교차로도 되면 얼마나 멋질까. 턱없는 소원을 밤하늘보며 해 본다.
2003.4


최종 수정 시각 : 2003.05.03 10:03:01
추천 반대

레들민 : 이런 이런~~~ 어쩜~~~ 나도 시방 속이 꿀꿀해서 당신 보러 왔는데...
맞아...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나의 사랑하는 자야 너는 빨리 달리라 향기로운 산들에서 노루와도 같고 어린 사슴.. (05/03 23:03)
민 : 오잉~ 내 글 어디갔어요~??
댓글 달기 글자 수 제한? 하하하~ 잘 됐어, 우리집 남자 흉을 디지게 봤거덩~ ♬잘 날라갔다 ♪♪잘 날라갔다~ ㅎ ㅏ ㅎ ㅏ ㅎ ㅏ (05/03 23:05)
또 민 : 그렇게 바쁜 사람이 언제 이렇게 좋은 글을 썼누~ ^^
이 글 업어갑니다~~~~ ^^*~~ (05/03 23:06)
소윤 : 오잉~~~~
민들레 당신 왔어요?
날아 간것 궁금하구만 . 나처럼 흉 봤다구? ㅋㅋㅋㅋ
(05/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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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2005.01.24-11:11 | 삭제
소윤 님 저두 딘장 구경 왔다가 갑니다. 잘차려 놨네요. 종종 들려도 되죠




2005.01.28-21:36
네~~~` 환영함니다.
열심히 오시면 된장 그냥 드린다는 소문 이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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