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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름날의 삽화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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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4
 뜰 앞의 자귀나무에서 향긋한 바람이 인다.
해거름, 그 나무 밑에 서면 은은하고도 매혹적인 향기에 취해 마음이 설레게 되는데
연분홍색 꽃등이 나무를 온몸으로 감싸며 피어나 한 마리의 공작새 같기도 하고 선녀의 하늘거리는 날개옷 같기도 하다. 그 꽂이 피면 우리 집 뜰이 한층 고즈넉해 지고 한없이 우아해 지는 느낌이 들 곤한다. 자귀나무 잎은 한낮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다소곳이 하나가 되어 뜰 안에 자귀나무가 있는 집은 부부 금슬 이 좋다는 옛말도 있다.

내리쬐는 폭염을 피해 어머님이 호두나무 그늘에서 참깨를 털고 있다, 올 봄 극심한 가뭄에 수없이 물을 퍼 주었어도 목말라 하던 참깨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막대기로 툭툭 칠 때마다 하얗고 조그만 알갱이가 우수수 여름을 쏟아 놓는다. 한 알의 밀 알이 썩어지면 30배 60배 100배의 열매가 맺힌다더니 참깨는 도무지 몇 배나 되는 건지 그 흐뭇함에 어머님은 바쁘기만 한대 창고 뒤에서 암탉의 숨가쁜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우리 집 똘똘이의 입에 축처진 닭이 매달려있다. 세상에! 기어코 알 잘 낳는 암탉까지 물어 죽인 것이다. 지난번에 수탉이 당하고 외로이 마당을 휘젓고 다녔는데 이젠 알낳은 후에 꼬꼬댁거리는 경쾌한 소리마저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닭과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시집오던 이른봄에도 노란 병아리를 샀었다. 봄을 다 사온 듯 철없는 새댁은 앙증맞은 병아리가 귀엽고, 어머님께는 채마밭을 버르 집어 놓아 눈치 꾸러기였었다. 초여름 병아리를 팔아 선풍기를 산 이후 닭을 길러본 일이 없었다. 그때 산 선풍기는 아직도 잘 돌고 있어 20여 년 세월을 말해주고, 아직도 제구실하는 녹슨 선풍기를 버리지 못한 것은 내 가난한 신혼시절의 애환을 함께 했던 물건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늘 죽은 토종닭은 친구네 농장에서 병아리 한 쌍을 얻어다 기른 것이데 결국 꿩알 만한 초란 몇 번 낳은 후 이렇게 힘없이 죽은 것이다.

한낮동안 달궈진 울타리 모과나무에 연녹색 모과가 주먹만해지고, 나무 옆으로 붉은 칸나 꽃이 키재기를 하고 있다, 봄비 오던 날 이식한 후로 거름 한번, 물 한번 주지 않았어도 저 홀로 피었다가 지며 여름을 수놓고 있는 꽃들을 보고 있으려니 어찌나 신통한지.
햇살에 온몸을 내맡긴 붉은 고추는 벌써 몇 번을 소독하고도 아직도 손갈 일이 많은데.....

이글거리던 태양이 비학골 골짜기로 기울면 어머님은 참깨 베고 난 헛 골에 들깨 모종을 하실 것이다. 몇 가닥씩 키 맞춰 들깨 모를 고랑에 놓아 드리며 저녁 찬거리는 호박순 찌고 가지나물 볶을 거라고 말씀드려야지.

가을을 아직도 먼 것 같은데 ,어느새 기장은 열매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아직 여물지 않은 낱알위로 참새 떼들이 몰려 앉는다. 손사래를 하며 새 쫒는 시늉을 해보지만 올해도 기장은 쭉정이 반 알곡반 타작을 할 모양이다.

여름 숲의 매미소리가 점점 크게 마당으로 퍼지고 시원한 소나기 한 줄 금 내렸으면 좋겠단 생각에 목이 마르는 그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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