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수필뜨락

수필뜨락

수필뜨락 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가을날의 단상
작성자 공병임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13 22:53:08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33
 

오늘 해거름에 참깨를 털었다.
뜨거운 여름을 잘도 견딘 풋풋하던 참깨 단이 만지면 부스러질 만큼 바짝 말랐다. 어머님과 나는 호두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참깨를 털기 시작했다. 막대기로 톡톡 참깨 단을 두드리면 속살 고운 알갱이가 사르락 사르락 쏟아진다.
저렇게 조그만 씨앗에서 도대체 몇 배의 열매를 맺은 것인가, 토실한 알곡을 거두며 느끼는 자연은 매번 경이롭다.
이른봄 참깨 골에 씨앗을 넣었을 땐 싹이 제대로 트지 않아 두 번이나 이식을 했었다. 비 오는 날에 옮겨 심었어도 가녀린 참깨 모가 햇살에 주저앉아 제대로 커줄 것 같지 않더니 이렇게 실하게 열매를 내어준다.
지난번 털어놓은 것과 합해 말가웃은 됨직 하다 시며 야위신 어머님이 키질을 하신다. 키질만큼은 아직도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어머님만의 기술이 있다.
새하얀 참깨 알갱이를 남은 햇살에 펼쳐 놓으며 나는 오래지 않은 기억 때문에 혼자 웃어본다.
결혼하던 해 이었었다.
그 날도 어머님은 아주버님과 오늘처럼 하루종일 참깨를 털고서 금방 털어놓은 참깨를 한 바가지 주시는 거였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기에 다 볶아 놓으라는 것으로 알고 샘가에 앉아 참깨를 씻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쭉정이가 왜 그리 많은지 씻어도 씻어도 자꾸 나오더니 나중에는 한줌 밖에 남지 않는 거였다. 샘가엔 참깨쭉정이가 떠내려가지 않고 여기저기 붙어 있어 마치 내가 일부러 참깨를 쏟은 것 마냥 시위를 하고 있고 ,그릇엔 쪼끔 남은 참깨가 진짜 알곡이라고 웃고 있고. 그때 철없는 새댁이 어찌 알았으랴 물에 뜨는 것이 다 쭉정이가 아님을......
뭐든지 할 것 같았던 야무진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던 새댁때 의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살림을 배워가던 나를 말없이 지켜보시던 어머님연세가 어느새 80이 되셨고 지금은 암으로 투병중이 시다.
햇살에 힘없이 주저 앉았던 어린 참깨 모종도 이렇게 단단히 자라 열매를 키웠는데 어머님이 하찮은 병균으로 인해 쓰러지실 리가 없다.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묵묵히 밭을 일구시던 그 당찬 모습으로 하루 빨리 회복 되셔야 한다.
겨울 나목 처럼 야위어만 가시는 모습이지만 당신이 수확한 그 참깨로 올 추석명절에 소를 넣고 송편을 빚을 생각에 맘이 흐뭇 하신지 얼굴이 평온해 보인다.
이 청명한 가을날에 남은 알곡들이 여무는 것처럼 어머님과 내가 두런두런 가을을 거둬들일 행복한 일들만 있어지길 기원해 본다.





프린트하기

심산 2005.09.02-15:25 | 수정 | 삭제
산촌댁! 중부매일에 구수한 이야기 4개월 동안 집필하게 된 점 축하합니다.
글이 좋아서 수필문학충북작가회 홈에도 올렸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주보고 깻단을 흔드는 모습을 그려보고 흐뭇했습니다.
또한 천금 같은 깨를 흘려보내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욱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09.02-17:37 | 수정 | 삭제
고맙습니다. 선생님
할 수 있을지 모르겟어요.
공연히 대답을 해서 시집살이 하는거 아닌지 걱정이 앞서요




2005.09.10-17:27 | 수정 | 삭제
누구나 사는 모습은 같습니다. 하얀 세상님이 늘 가슴에 두고 있는 어머님 사랑이나 제가 표현해 보는 사랑이나.
살아가면서 철도 들고 그런것 같군요. 빨리 완쾌 하시길 기도해 주세요~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상품검색

    상품검색
  • 장바구니

    장바구니
  • 주문조회

    주문조회
  • 인스타

    인스타그램
  • 블로그

    블로그

BANK INFO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핀터레스트
  • 트위터